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상 최대인 규모 9의 강진과 쓰나미가 있었지만 사용후 핵연료 처리, 안전성 검증 등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도쿄전력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 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에 저장된 사용후 핵연료가 정상적으로 보관하는 평균량의 3배나 됐다고 23일 보도했다. 저장 중이던 4,546개는 제1원전에서 6년 동안 쓰는 양으로, 원전을 설계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 설계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양을 원자로 건물에 보관해 지진 발생 때 더 심한 진동을 받고, 냉각수가 줄어들 우려도 커져 위험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원자로에서 꺼낸 뜨거운 사용후 핵연료는 밀집상태에서는 핵분열 연쇄반응(재임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저장수조의 용량은 물론 연료봉을 넣는 간격과 순서까지 정해져 있다. 도쿄전력 측은 3,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수온이 오르고 방사성물질이 유출되자 "재임계 가능성이 0이 아니다"고 말했었다.
또 도쿄신문은 이 날 제1원전의 설계와 안전성검증을 담당했던 도시바(東芝)의 기술자와 설계사의 말을 인용, 설계 당시 이번과 같은 쓰나미와 강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묵살됐다고 폭로했다.
1970∼80년대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성검증을 맡았던 전직 기술자는 "규모 9의 지진발생과 항공기가 원자로에 추락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상사가 '1,0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는 없다'며 코웃음을 쳤다"고 밝혔다.
또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와 5, 6호기의 설계에 참여했던 도시바의 설계사는 "당시엔 규모 8 이상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얘기됐고 높이 10m가 넘는 쓰나미 가능성은 설계 조건에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미야기(宮城)현 오나가와(女川) 원전과 니가타(新潟)현 가리와(刈羽) 원전 등도 비상용 전원 등에서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