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리비아에 대한 서방 연합군의 공습을 자신들의 핵무장과 선군정치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들고 나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리비아 공습에 대해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란 바로 안전 담보와 관계 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 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리비아가 체제 보장과 관계 개선을 해주겠다는 속임수에 넘어가 스스로 무장해제함으로써 서방국가의 공습 대상이 됐다는 논리다.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피해의식이 과도한 북한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지나친 단순 논리이거나 의도적 왜곡이다. 서방의 리비아 공습은 42년간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카다피 국가원수가 자초했다. 물론 리비아의 석유 자원 등에 대한 정치ㆍ경제적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질적 개혁 외면이 '재스민 혁명' 과 맞물려 시민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그 저항을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해 진압함에 따라 급기야 대량학살 우려가 대두된 게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한 서방국의 공습을 불러들인 직접 원인이다.
북한이 리비아 등 중동 민주화 물결에서 배워야 할 진짜 교훈은 다른 데 있다. 폐쇄적인 장기 독재로는 빈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결국 다수 시민의 저항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주민이 최악의 빈곤에 허덕이는 것은 북한 정권이 주장하듯 외부세계의 제재와 억압 때문이 아니다. 억압적 체제를 개혁하고 대외개방을 통해 외부세계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탈출구가 없다. 선군정치와 핵무기 개발을 아무리 앞세워도 기본적인 생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이런 명백한 사리를 외면하고 엉뚱하게 리비아 사태에서 핵무장의 정당성을 찾는다면 6자회담 전망은 암담해진다. 6자회담의 기본 틀인 핵개발 포기와 체제 보장 및 경제지원 맞바꾸기는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수용을 촉구했던 '리비아 모델'과 개념과 다르지 않다. 6자회담을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토대 위에 다시 세우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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