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평가에서 가장 높은 배점이 필요한 것은 접근성이다."(대구광역시)
"아니다, 주변 장애물 여부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줘야 한다."(부산광역시)
30일 동남권 신공항 평가결과를 앞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온 부산과 대구가 서로에게 유리한 평가항목에 가중치를 더 높여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서로 자기가 잘하는 과목의 배점을 높여 달라며 떼를 쓴 격이다.
2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대구시는 이달 1일 국토부에 "전체 가중치 100% 중 30%를 접근성 평가 점수에 줘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구가 신공항 후보지로 지지하는 경남 밀양이 부산 가덕도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더 뛰어난 점을 의식한 요구다. 또 대구시는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가덕도의 입지를 의식해, 갈매기 등 조류충돌 관련 항목과 태풍ㆍ해일 관련 항목을 점수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이틀 후 의견을 제출한 부산시의 건의 내용은 이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은 산으로 둘러싸여 일부 절개작업이 필요한 밀양의 입지를 고려, 장애물 평가에 가장 높은 가중치인 20%를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공 이후 확장이 가능한 지 여부 등에도 10%의 가중치를 요구했다. 반면 부산이 접근성에 준 가중치는 5%에 그쳤다.
결국 국토부는 이날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를 열어 ▦공항운영(장애물 공역 기상)에 30% ▦비용 및 경제적 효과(수요 비용 편익 건설계획)에 40% ▦사회ㆍ환경(접근성 토지이용 환경) 분야에 30%의 가중치를 주기로 확정했다. 지자체들과 달리, 경제성에 가장 높은 배점을 준 것이다. 아울러 평가 분야 내 세부 항목별 가중치는 편파 선정 논란을 피하기 위해 평가 당일 아침에 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30일 평가결과 발표는 곧 부지선정을 의미한다"며 "총 점수가 조금이라도 높은 쪽이 선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절대점수는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둘 다 절대점수 이하면 부지선정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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