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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 전격 교체… 오히려 더 꼬인 '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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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PD 전격 교체… 오히려 더 꼬인 '나는 가수다'

입력
2011.03.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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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는 결국 김영희 책임PD였다. 김 PD는 첫 경연에서 탈락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준 것에 비난이 빗발치자 전격 경질됐다. 웃자고 만든 예능 무대가 “가수도, PD도, 시청자도 모두 탈락시키는 프로그램”이라는 네티즌의 혹평처럼 ‘공포의 무대’로 변질되면서, 프로그램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다.

MBC는 23일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면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안우정 예능국장에게도 지휘 책임을 물어 구두 경고했다. 원칙을 깬 진행으로 적잖은 논란을 부르긴 했어도 출연 대가로 뒷돈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닌 사안 치고는 매우 이례적인 초강경 조치다.

김 PD는 20일 방송 직후부터 김건모의 편법 부활에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자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사퇴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그는 “고민이 많다. (사퇴하면) 가수들과 무대가 흔들릴 것 같다”며 계속 연출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질 조치가 내려진 23일 내내 김 PD는 휴대폰을 꺼놓은 채 침묵했다. 예능국 일선 PD들 사이에서도 “너무 가혹한 조치 아니냐”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방송 이후 세 차례 임원회의에서 심도 있는 격론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며 ‘고심 어린 결단’임을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정의 구현’이란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MBC의 초강경 대처가 과연 적절했느냐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 PD의 경질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PD를 자르면 가수가 뭐가 되냐” “사과를 원한거지 교체할 필요까지 있었나” “곧 폐지하는 거 아니냐”는 등 비판과 우려가 이어졌다.

‘나는 가수다’는 내로라 하는 가수들을 서바이벌 무대에 세우는 파격적 형식으로 출발 전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6일 첫 방송 후 주된 반응은 ‘노래가 주는 감동’에 점수를 주는 쪽이었다. 문제는 경쟁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은 진행과 편집이었다. 제작진은 “경쟁은 수단일 뿐이고 가수들이 좋은 무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정작 방송된 화면에선 노래를 뚝뚝 끊고 출연 가수들의 긴장과 초조, 결과에 대한 탄식 따위를 전하기에 바빴다. 탈락한 김건모에 대해 제작진이 즉석 회의를 거쳐 재도전 기회를 준 것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기획자인 김 PD가 당초 기획의도를 되살릴 기회조차 주지 않고 전격 교체한 MBC의 조치 역시 극적인 반전을 노린 듯한 모양새다. 경쟁사의 한 예능 PD는 “대다수 예능 PD들은 MBC의 이번 조치를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요란한 화제를 일으키려는 ‘노이즈마케팅’으로 본다. 김영희 PD를 자르면서 더 리얼함을 강조하겠다는 전략 같다”고 꼬집었다.

‘나는 가수다’의 순항 여부도 불투명하다. 최고참 김건모의 탈락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출연 가수들이 기획자이자 총괄 책임자인 김 PD의 교체를 선뜻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수들의 매니저들은 이날 긴급회동을 하고 서로 의견을 듣는 등 동요하는 분위기였다. 프로그램이 존속하더라도 탈락자의 빈자리를 채울 새 피 수혈이 어렵게 됐다. 가요계에서는 벌써부터 “어디 무서워서 출연하겠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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