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 따른 농축산물과 수돗물 오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도쿄 정수장 수돗물에서 처음 요오드 오염이 확인되면서 일본 인구의 10%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 주민들마저 현실이 된 방사능 오염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쿄도가 전날 동부 가쓰시카(葛飾)구 가나마치(金町)정수장 물에서 검출한 방사성 요오드는 리터당 210베크렐(Bq). 일본 후생노동성이 정한 방사성물질 성인 잠정기준치 미만이지만 오염에 취약한 유아 기준인 100Bq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50㎞나 떨어진 도쿄는 안전지역이라고 믿고 있던 사람들도 코앞에 닥친 방사능 오염이라는 현실에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사재기로 한때 품절됐다가 최근 재고가 회복된 생수는 다시 동이 나게 팔려나갔다.
도쿄도는 당장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도 이 정수장 물을 공급받는 도쿄 23개구와 주변 5개시 유아에게는 수돗물을 먹이지 말고 분유도 타지 말도록 했다. 이 물을 마신 산모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도 피하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오염된 물로 탄 분유를 먹은 유아들 중 6,000여명이 성장하면서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다.
원전 주변지역에서도 수돗물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16~21일 후쿠시마현 83개 지점에서 검사한 결과 원전 주변지역 피난민이 분산 수용된 고리야마(郡山), 다무라(田村)를 비롯해 미나미소마(南相馬) 등 5개 시에서 기준치(100)를 넘는 최대 220Bq의 방사성 요오드를 검출했다. 후쿠시마현 역시 유아에 수돗물을 먹이지 말도록 했다.
21일 후쿠시마,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채취한 11개 품목의 야채에서 잠정기준치의 최대 164배에 이르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후쿠시마현 모토미야(本宮)시에서 생산된 경립채(莖立菜)에서는 기준치(㎏당 500베크렐)의 164배인 8만2,000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을 검출했다. 후쿠시마현에서는 신부동채(信夫冬菜)에서 기준치의 56배, 산동채(山冬菜)에서 48배, 브로콜리에서도 27.8배의 세슘이 각각 검출됐다.
이밖에 후쿠시마현의 양배추, 소송채, 순무, 지지레나, 유채, 홍채태(紅菜苔)와 이바라키현 파슬리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을 확인했다. 우유 원유의 경우, 후쿠시마에 이어 이바라키현 미토(水戶)시, 가와치마치(河內町)에서 기준치(300)를 넘는 최대 1,700Bq의 방사성 요오드를 검출했다. 후생노동성은 “방사성물질 검출량이 가장 많았던 경립채의 경우 하루 100g씩 열흘 동안 먹어도 1년간 자연상태 피폭방사선량의 절반 정도”라며 “이 야채들을 먹었다고 바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토양 오염도 확인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21일 원전 북서쪽 40㎞ 지점 토양을 확인한 결과 4만3,000Bq의 방사성 요오드와 4,700Bq의 세슘을 검출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이 같은 방사능 오염은 바람을 타고 확산된 방사성 물질이 비 등과 함께 지면에 내려 쌓이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