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업계의 두 거두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서로 다른 교육철학이 미국 내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소 "교육적 투자가 산업의 번성, 일자리 창출로 직결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용적 교육투자론을 설파하는 빌 게이츠와 달리 스티브 잡스는 대표적 인문학적 교양 예찬론자다. 신제품을 공개하며 "애플사의 DNA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있다"고 자평할 정도다.
성공을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커리어를 위한 기술인가, 창의력을 춤추게 할 인문학과 폭넓은 교양인가.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 '게이츠냐 잡스냐'를 놓고 뜨겁게 맞붙은 교육 전문가들의 논쟁을 소개했다.
빌 게이츠의 손을 든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책임지는 것은 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티븐 조엘 트락텐버그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내 심장은 잡스를 따라가지만 이성은 완전히 게이츠의 편"이라며 "부족한 자원을 극대화해 인력을 육성하려면 기술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에드 라조우스카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과학과 공학을 모르는 예술가, 인문 사회과학을 모르는 과학자는 무력하다"면서도 "1999~2008년 정보과학기술은 미국 내 과학 및 기술산업과 기타 사회분야 고용의 50%를 책임졌다"고 말해 게이츠에게 힘을 실어줬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크 바우어라인 미 에모리대 교수는 "법 의학 과학을 전공해도 글쓰기 같은 인문학적 소양은 필수"라며 "천재들의 작품은 그들의 경력이나 기술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벡 와드화 미 듀크대 교수 역시 "엔지니어들이 실리콘밸리를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미국 기업 CEO 652명, 기술 임원 502명을 분석했는데 37%만이 공학 컴퓨터 관련 학위, 2%가 수학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나머지는 비즈니스 회계 금융 의료 예술 인문학 등을 전공했다. 그는 "예술가에게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치긴 쉬워도 엔지니어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말로 잡스의 생각을 지지했다.
에드윈 콕(Edwin W Koc) 미 학술진흥재단 이사는 "결국 성공은 개인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
네티즌들은 이 흥미진진한 논쟁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퍼 나르며 토론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영혼인 잡스의 말을 듣겠다"는 학생부터 "누구의 주장도 일반화할 수는 없다"며 중재에 나선 이까지 다양했다. 뉴욕타임스가 게재한 이 글에는 반나절 만에 170여 개의 장문 댓글이 달렸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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