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재활 돕는 기업들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의지다."
노숙자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것이다. 노숙자들은 실의에 빠져 자포자기한 사람들인 만큼 스스로 존재감을 찾고 살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인문학 강좌는 미국의 빈민교육활동가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했다. 얼 쇼리스는 1995년부터 뉴욕 맨해튼에서 노숙자, 약물 중독자를 대상으로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교수법을 활용해 자기 성찰을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의 교수법은 인문학 열풍을 일으켰고 서울시에서도 이 과정을 흉내내 2008년부터 인문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도 대한성공회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와 함께 2005년 국내 최초로 노숙자 인문학 과정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강의를 들은 인원은 6년 동안 88명에 이른다. 강의는 철학과 예술사, 글쓰기, 한국사, 문학 등 5개 과목으로 1년 간 진행된다. 안성찬 서울대 교수 등 국내 저명 교수 5명이 돌아가며 강의를 맡는다. 때로는 음악회와 미술전시회, 유적지 탐사 등 문화체험도 병행한다. 노숙자다시서기센터 소장인 여재훈 신부는 "노숙인들에게는 숙소와 식사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6기 졸업식이 열렸는데, 참석한 14명의 노숙자들이 눈물을 흘려 가슴 뭉클한 자리가 됐다. 졸업식에 참석한 이헌식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이제까지 자선활동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소외 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지난 6년 동안 후원해 온 인문학 과정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진행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은 이달 말까지 7기성을 선발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노숙자들의 실질적 자활을 돕는 거리의 인문학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복지재단은 의료 보험을 받을 수 없는 노숙자들을 위해 2005년부터 전국 무료 진료시설에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에서 지원하는 비용은 약 1억 원에 이른다.
LG유플러스도 임직원 자원봉사단인 '블루드림보드'를 통해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봉사 단체인 행동하는 양심이 주최한 노숙자 무료배식 봉사에 참여해 배식 및 잔반처리, 노숙자들과 대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현대상선도 임직원들이 2009년부터 정기적으로 노숙자들을 위한 밥퍼라는 이름의 무료 급식 봉사에 나서고 있다. 봉사에 참가하는 직원들은 배식 뿐 아니라 식자재 다듬기, 냉장고 정리하기 등 제반 준비부터 설거지, 청소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2009년에 지원자를 모아서 시작한 밥퍼 활동은 지난해 전사적으로 참여 대상이 확대되면서 정례화했고, 올해 총 17회에 걸쳐 참여가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매주 금요일에 밥퍼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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