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느린 리딩뱅크, 더 민첩하게 뛰어라"국내 최대 자산·고객… 소매금융·자본력 자타공인 '넘버 원'판관비·이자수입 비중 커수익원 다변화하고 효율적 조직으로 바꿔야
"한마디로 '가진 게 많은 은행'이죠."
은행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민은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 최대의 자산, 국내 최다 지점 수, 국내 최대 고객 기반, 여기에 오랜 소매금융 경험과 풍부한 자본력 등 타 은행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가 워낙 많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총 자산은 257조9,000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다. 지점과 출장소 등을 포함한 영업점 수 역시 2월 말 기준 1,138개로, 특수은행인 농협을 제외하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000개가 넘는다. 웬만한 곳에는 지점이 다 있는 셈. 2,600만명에 달하는 고객수는 국민 2명 중 1명은 국민은행과 거래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강점이다
국민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NIM이란 은행의 이자부문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NIM이 높다는 것은 돈을 싸게 조달해 수익성 높게 빌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 NIM을 비교해보면, 지방은행(대구 3.19%, 부산 3.07%)을 뺀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이 2.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외환(2.82%) 기업(2.76%) 우리(2.39%) 하나(2.24%) 신한(2.17%)은행 순.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금리로 예치했던 정기예금이 대부분 만기도래했고, 은행들이 이를 저금리로 다시 유치한 덕에 대체로 NIM이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은행의 NIM이 가장 높은 것은 ▦낮은 이자의 '저원가성 예금'이 많아 조달비용이 적고 ▦만기가 짧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이란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통장에 쌓여 있는 요구불예금을 말한다. 은행입장에서 저원가 예금이 많다는 것은 자금을 싸게 조달한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이자에 민감해진 고객들이 MMF나 CMA 등으로 많이 이동하기도 했지만,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층은 아직도 상당수 요구불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있는데 국민은행은 그런 '고마운 고객'이 타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요구불 예금비중은 2008년 4분기 23.4%에서 지난해 4분기 28.4%로 오히려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많고 특히 저원가 고객이 많다는 것은 타 은행이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국민은행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높은 것도 오랜 소매금융 경험과 넓은 개인 고객 기반에 힘입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기업대출에 비해 부실이 낮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연체율은 가계 0.94%, 기업 1.07% 등 총 1.00%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것을 고쳐야 한다
하지만 규모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리딩뱅크'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효율성이나 수익성은 확실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최정욱 연구원은 "자산이나 고객기반 등 주어진 장점을 생각해 보면 국민은행의 현재의 수익성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이익이 훨씬 더 많이 날 여지가 있는데, 바로 그 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판매관리비 비중이 높기 때문. 여전히 많은 인원과 효율 낮은 조직문화 때문에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 최 연구원은 "지난해 실시한 명예퇴직과 최근의 효율성 향상 노력 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재까지 변화에 만족하지 말고 은행 조직이 훨씬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고객만족도 평가 등을 통해 과거에 비해 조직문화가 고객 중심으로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더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전체로 볼 때 은행부문 비중이 너무 높고, 은행수익 중에서도 이자이익의 비중이 전체 이익의 95%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것 또한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춘 비은행 계열사가 없기 때문에, '토털금융서비스'시대에 시너지 넘치는 고객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자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수익구조도 여기서 비롯된다. 보통 비이자이익은 수수료 수입과 상품판매에 따른 이익으로 구성되는데, 보험이나 펀드 등 다른 계열사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팔지 못하니까 이자수익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주사를 위해서도 또 국민은행을 위해서도 경쟁력 있는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ㆍ합병(M&A)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민은행은 은행부문, 소매금융 부문, 이자이익 등 한쪽에 치우쳐 있어 불균형이 있다"면서 "리딩뱅크를 위해선 비은행, 기업금융, 비이자이익을 강화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주袖?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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