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 '천국의 눈물'2007년 '댄싱 섀도우' 등 실패 사례와 판박이
스타캐스팅으로 대중성 높였지만 완성도 미흡
한국의 뮤지컬 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에 이르면서 잇따라 대형 창작극이 나오고 있다. 라이선스 공연이 장악한 시장에서 2007년 이후 오랜만에 이뤄지는 창작 시도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완성도가 아직 떨어져 트라이아웃(본 공연 전 시험공연) 단계 정도인데도 서울 대극장에서 초연을 올리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
3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형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1980년대를 풍미한 작곡가 고 이영훈의 노래 '광화문 연가' '옛사랑' '사랑이 지나가면' 등 명곡이 무대를 채웠다.
배우들의 가창력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액자소설 식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채 얻기도 전에 현재_과거_과거_현재를 불규칙하게 교차하는 러브스토리가 불안하다. 80년대 시대 배경 묘사까지 3개로 나뉜 무대를 오락가락하는 것도 어수선하다. 30여곡의 노래는 2시간40분 동안 쉴새 없이 나열돼 극과 유리된 느낌이다. 히트곡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붉은 노을'마저 맥락 없이 커튼 콜에 쓰였다.
2007년 PMC프로덕션이 6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한국 뮤지컬 '대장금'이 떠오르는 이유다. '대장금'은 별다른 개연성 없이 2막부터 의녀로 변신한 대장금의 모습이 황당하다는 평을 받았다.
19일 국립극장에서 막을 내린 '천국의 눈물'도 비슷하다. 설앤컴퍼니가 5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들고, 중국계 미국인에게 극본까지 맡긴 이 작품은 베트콩을 처음부터 끝까지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는 반공 이야기로 보편 정서의 글로벌 극이라는 당초 지향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이는 신시컴퍼니가 5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 2007년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와 유사하다. 이 작품은 외국인이 작곡한 현대적 음악이 원작 '산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들으며 급히 막을 내렸다.
올해 대형 창작 뮤지컬은 작품성만 추구하던 2007년과 달리 주로 스타캐스팅에 의존해 흥행 성적만큼은 좋아졌다. 윤도현 출연'광화문 연가'는 1주일 예매분이 매진된 상태고 '천국의 눈물'도 출연진에 따라 편차는 있었지만 김준수(시아준수) 공연은 전석 매진됐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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