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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체계 무너진다" 정부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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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체계 무너진다" 정부 전전긍긍

입력
2011.03.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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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기준 안맞는 약제 투여·의료 행위 허용땐서울고법 판결이어 "대법서도 바뀐다" 소문복지·공단 "진료비 급증… 가입자만 피해"

"이 소송에서 지면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꼭 이겨야 합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는 요즘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이 기존 판례를 뒤집고 항소심 법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임의 비급여(의사가 정부 기준을 어기고 허용치를 넘어선 약제를 투여하거나 의료행위를 하는 것)'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뒤, 대법원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례를 바꿀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 이 소송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때는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는데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11일 여의도성모병원이 복지부와 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 및 부당이득환수 취소 소송에서 "의료인이 환자의 상태, 전문적 지식ㆍ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의료행위ㆍ약제ㆍ치료재료를 택했고, 그 기준이 정부가 정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을 설명한 뒤 환자의 동의를 구해 비용을 청구했다"며 "이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은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와 자기결정권, 의료인의 전문적 직무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1심에 이어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촌각을 다투는 질병에서 사전신청제도를 통해 정부 인정을 받은 후 투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허용범위를 초과한 것은 사후적으로 정부가 과징금 처분과정 등에서 의학적 타당성 유무를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06년 백혈병 환자들에게 규정에 어긋난 처방과 진료행위를 한 것이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 받고 부당이득금 환수결정을 받았다.

복지부와 공단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이번 판결이 갖는 파급력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질병마다 허용하는 의료행위ㆍ치료재료를 미리 정하고, 의사들이 이 기준에 맞게 진료를 하도록 하고 있다. 건보 보장이 되는 범위(급여)뿐 아니라, 건보 보장이 안 되는 범위(비급여)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약제의 경우는 투여량에 따라 급여와 비급여가 정해져 있다. 허용범위는 의료인들의 신청을 받아 정부와 산하기관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고 고시한다. 이를 어기는 병원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의 징계조치를 취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부분까지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환자가 병원이나 의사의 영리추구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개입해 적정한 진료 수준을 미리 판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급여 진료의 무한팽창을 막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건보 가입자들의 진료비 부담이 급증해 건보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병원들이 앞다퉈 권하는 진료를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측은 "법원은 의학적 타당성을 사후에 판단하면 된다고 하는데, 전국 모든 병원의 처방이 타당한지 사후에 판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의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의사들이 그 동안 과잉진료라는 오명을 써왔다"며 "임의 비급여는 탈법행위가 아니라 현 건보체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은 지난해 말 환자나 보호자가 동의하면 정부 기준에 맞지 않는 처방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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