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가 꽉 막힌 남북관계에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촉발된 남북간 긴장 상황에서 비정치적인 백두산 화산 문제가 남북간 대화의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지난 17일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자는 북측의 제안을 유화 공세의 하나로 보고 진의를 파악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22일 북측의 사실상 당북 간 협의 제안에 대해 민간 전문가 차원의 협의로 대응한 이유다.
사실 북한은 올해 들어 남북간 대화를 직접 제의하는 등 대화 공세를 부쩍 강화해 왔다. 노동신문 신년사설을 통해 '남북대결 상태 해소'를 주장한 것을 필두로, 당국간 회담 무조건 개최, 개성공단 실무회담 개최, 남북 국회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등 10여 차례 넘게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제의는 번번히 무산됐다. 우리 측으로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 등 북측의 진전된 태도변화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북측이 뜬금없이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를 제안한 것도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학술적 협력사업을 징검다리 삼아 북한의 도발 문제를 우회해 핵과 식량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6자회담으로 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이번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가 곧장 의미 있는 남북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정부로서는 여전히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문제를 덮어두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의 갑작스런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 제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진 않고 있다"며 "민간 전문가 협의를 통해 북측의 진의를 알아본 후 당국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간 협의를 먼저 한 뒤 민간급을 참가시키자는 입장의 북측이 우리 측의 민간 전문가 협의 제안을 받아 들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하지만 남북이 이미 2007년 12월 백두산 화산 활동에 관한 공동연구를 합의했던 만큼 백두산 화산 문제에 대한 학술적인 협의채널을 계속 열어 놓고 관계 변화를 모색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백두산 화산 폭발 문제는 그간 남북에서 꾸준히 제기돼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10세기 이후 역사기록을 보더라도 백두산 분화는 모두 16차례가 발생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대한지질학회 발표를 통해 "백두산 화산 폭발의 징후가 뚜렷하고, 폭발시 그 규모는 아이슬란드 화산의 10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 백두산 화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를 통해 당국간 대화 채널이 재개될 수 있다"며 "남북 관계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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