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2일 얼굴을 마주했다.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손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두 사람은 덕담을 나누고 서로 부둥켜 안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양당간 민감한 현안인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야권 후보단일화 방식 등은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 들어선 유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며 "유 대표가 참여당 대표로 등장해 국민적 기대가 크다"며 "국민의 기대는 야권 민주진보세력이 하나가 되는 것이니 국민에게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희망을 주시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손 대표가 제1 야당 대표의 큰 리더십을 발휘해 다른 야당을 잘 보듬어 주며 어려운 일을 잘 타개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손 대표는 최근 유 대표가 집필을 마친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가제)'에 대해 "유 대표가 워낙 학식이 있어 내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유 대표는 "진짜 박사님 앞에서 죄송하다"며 몸을 낮췄다. 손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유 대표는 독일 마인츠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은 30여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각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손 대표는 "정치권에서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며 "우리는 하나이고 같은 운명체라는 생각으로 하면 못 이룰 게 없다. 제1 야당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고, 유 대표도 "집권 자체가 최고의 선이 아니라 어떻게 국가를 훌륭하게 만들지가 중요하고, 각자의 힘을 모으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면담을 마친 뒤 자리를 뜰 때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고 하자 손 대표가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내가 미안하지"라며 유 대표를 포옹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이어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방문, "야당들이 내세우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위해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더 큰 하나가 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저희가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유 대표는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와도 취임 인사를 나눈 다음 오후에는 동교동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를 접견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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