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44) 전자랜드 감독은 지난 21일 발표된 올해의 감독상 투표에서 24표를 얻었다. 유 감독은 52표를 받은 전창진 KT 감독에게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프로농구는 'KT 천하'였다.
유 감독은 그러나 KT 못지않은 개가를 올렸다. 유 감독이 이끄는 전자랜드는 2010~11시즌에서 38승(16패)을 거둬 역대 인천 연고구단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3~04시즌 때 전자랜드가 올린 32승(22패). 또 인천 연고구단이 4강에 직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유 감독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 감독은 "정규시즌에서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가 우승 적기다. 우리 팀 선수 구성은 단기전에 강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우 같은 리더십? 산에서 배웠죠
유 감독의 취미는 등산. 공주 계룡산, 대구 팔공산 등 전국의 어지간한 명산은 올라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유 감독은 "조만간 시간을 내서 정읍 내장산에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개막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전자랜드는 시즌 중반 이후 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장훈(37) 문태종(36) 신기성(36) 등 주전 대부분이 30대 후반의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 시즌을 무난하게 소화했고, 기복 없는 활약으로 준우승을 합작했다.
"산이라는 게 오르막길, 정상, 내리막길로 이뤄졌잖아요? 서장훈이나 문태종은 산으로 비유하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단계에 있습니다. 올라갈 때는 거칠게 달려가도 되지만 내려올 때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야 다치지 않습니다."
노장이란 단어 대신 '경험 많은 선수'라는 말을 즐겨 쓰는 유 감독은 정규시즌이 끝난 다음날인 21일부터 3일간 서장훈 문태종 신기성 등에게 휴가를 줬다. 나머지는 이틀만 쉬고 23일부터 훈련을 재개한다.
명문구단? 우승해야 기틀 다지죠
유 감독은 2007~08시즌 KT&G(현 인삼공사)에서 감독에 데뷔했다. 그해 유 감독은 팀을 4강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듬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놓았던 유 감독은 2009~10시즌 전자랜드 코치로 코트에 복귀했고, 감독대행을 거쳐 올해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 두 시즌 만에 4강 직행이라는 성과를 올린 유 감독은 23일부터 양복을 벗고 훈련복을 입는다. 4강 플레이오프는 내달 5일 시작되지만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우승 한 번 했다고 명장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단은 분명히 명문구단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우리 선수들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기왕 잡은 기회라면 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