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은 그만 놔두고 괘씸죄인인 (저) 황주홍을 조사하시오.”(황주홍 전남 강진군수) “그렇지 않아도 조사할 테니 기다리시오.”(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
요즘 ‘청자골’ 전남 강진군이 세인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황주홍 군수가 두 달째 강진장학재단의 기금 불법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을 향해 “나를 잡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며 한 일간지에 비난 광고를 내는 등 연일 경찰 수사를 성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맞대응을 자제하던 경찰도 황 군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추한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이 강진군의 장학기금 불법 조성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달 24일. 경찰은 당시 관급공사 수주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대가로 공사 금액의 일정 부분을 장학기금으로 냈다”는 첩보를 입수한 데 이어 황 군수가 장학기금 모금액을 직원들에게 할당을 했다는 감사원의 수사의뢰가 있자 군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황 군수 취임 5년 만에 194억원의 장학기금을 모았다며 어깨를 으쓱했던 강진군은 “세 차례 감사원 감사와 한 차례 경찰 수사도 모자라 또 수사를 하는 것이냐”고 즉각 반발했다. 강진군은 장학재단 문제로 2009년 9월과 10월, 지난해 3월 세 차례 걸쳐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전남경찰청의 수사를 받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내사 종결됐다. 참다 못한 직원들은 이달 4일 중앙 일간지 등에 ‘강진군수가 국사범입니까? 대역죄인입니까?’라는 제목의 항의 광고를 내고 “감사와 수사로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없다”며 경찰의 조속한 수사 마무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달 18일 강진군청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자 이번엔 황 군수가 직접 경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황 군수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 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2일 경찰 수사를 비난하는 일간지 전면 광고까지 냈다. 황 군수는 광고에서 “경찰이 황야의 무법자인양 초법적으로 이 나라 법치주의를 유린하고 있다. 경찰 수사관들이 강진지역 정체세력과 비밀리에 내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적법하게 정당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경찰도 발끈했다. 경찰은 “강진군이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입맞추기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문 광고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수사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황 군수를 수사 후 고소하겠다”고 맞받았다. 경찰은 특히 강진군 5급 이상 공무원에게 1억원의 장학기금 모금액이 할당되고 강진군과 각종 계약을 맺은 업체 324곳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14억원의 기부금을 냈다는 지난 6일 감사원의 3차 감사 결과를 거론하며 황 군수를 압박했다.
그러자 황 군수는 다시 “경찰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여론과 부담을 덜어내고, 강진군의 입장에 물 타기를 하려는 얕은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장외 갈등이 심해지면서 수사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지역민심은 악화하고 있다. 주민 김모(58ㆍ강진읍)씨는 “내년 총선과 차기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황 군수가 정적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며 “이번 경찰 수사도 이들간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황 군수가 정말 떳떳하다면 경찰 조사를 받아서 의혹을 털면 될 것을 언론플레이를 해서 지역 분위기만 사납게 하고 있다”는 비판과 “경찰 수사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선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황 군수와의 감정싸움으로 몰아가 수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하지만 수사는 흔들림 없이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안경호기자 khan@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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