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북학파 실학자 이희경(1745~?)의 연행기(燕行記ㆍ베이징 사신 일행의 기행문) <설수외사(雪岫外史)> 를 번역한 <북학 또 하나의 보고서, 설수외사> (성균관대출판부 발행ㆍ사진)가 발간됐다. 이희경은 연암 박지원(1737~1805)이 말년까지 가까이 둔 제자로 박제가(1750~?)와 함께 이른바 연암그룹의 핵심을 이룬 인물이다. 그러나 서얼 신분이라 출사하지 못했고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북학> 설수외사(雪岫外史)>
<설수외사> 는 다섯 차례 중국에 다녀온 경험이 응축된 작품으로 당대 이용후생학파가 주장한 내용을 국제적 시각에서 기록한 책이다. 절친한 벗이었던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 와 많이 닮았고 한층 진전된 부분도 있다. 수레와 선박의 이용, 농기구 개량 필요성 등 농ㆍ공ㆍ상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실천적 지침을 기술했다. 당대 현실의 경장(更張), 곧 조선의 개혁을 위한 야심찬 기획이 담겨 있다. 북학의(北學議)> 설수외사>
벽돌 제조법, 가마 운용법, 지붕 이는 법, 채소를 재배하는 법 등 일상에 관련된 내용부터 청의 선진 기술에 주목하지 않는 조선 사회의 폐쇄성을 비판하는 내용까지 시대를 앞서 갔던 북학파 지식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번역 작업을 이끈 진재교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설수외사> 는 책상머리에서 나온 이용후생이 아니라 조선 사회에서 매우 현실적 대안이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설수외사>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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