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성물질 오염으로 지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일본에서 야채와 수돗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공황 사태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일부 지역 야채와 수돗물의 조기 출하ㆍ음용을 제한했지만 생산자 피해는 물론 소비자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원전 앞바다 오염으로 수산물에까지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1일에도 후쿠시마현과 남쪽 이바라키(茨城)현 우유 원유와 시금치에서 잠정규제치(2,000베크렐/㎏)를 넘어서는 방사성 요오드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후쿠시마 등 5개현의 원유, 시금치, 쑥갓 등에서 규제치의 최대 27배에 이르는 방사성 요오드를 확인한 일본 정부는 이날 서둘러 이 지역의 해당 작물 출하를 정지시켰다. 휴일이어서 문 닫았던 시장들이 22일 개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규제치는 초과했지만 먹어도 인체에 당장 지장이 없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굳이 그 지역 농산물을 사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대다수 시민의 반응이다. 유통업자들은 수도권 지역 시금치 공급원이나 다름 없던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群馬)산을 모두 반품시키고 지진 피해를 보지 않은 남부산 야채 구매를 서둘렀다.
정부가 보상 방침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농가의 근심은 이만저만 아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우유 원유에서 규제치를 초과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후쿠시마 낙농 농가 전체의 일일생산량은 260톤으로 매일 약 2,700만엔의 우유를 그냥 버리게 된다. 이바라키 시금치 농가에서는 출하 정지 이후 바로 밭을 갈아 엎는 곳도 있었다. 농림수산성 조사 결과 22일 도매시장에서는 출하 정지 대상 이외 작물의 반품도 줄을 이었다.
수돗물에서 규제치를 넘어서는 방사성 요오드가 확인돼 일본 정부가 음용 자제를 요청한 곳은 현재로는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飯館村) 한 곳이다. 이타테무라는 원전사고로 실내대피령이 내려진 원전 인근이다. 20일 조사때 규제치의 3배에 이르렀던 수치는 이후 조사에서 절반 정도로 떨어졌지만 21일 내린 비 등의 영향으로 수돗물 오염이 주변 지역으로 폭넓게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방사성물질 오염 불안을 더 키운 것은 22일 도쿄전력이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바닷물 오염이다. 기준치의 126배에 이르는 요오드, 25배에 가까운 세슘은 원전 냉각을 위한 방수작업과 원전 주변 공기중에 떠돌던 오염물질이 비와 함께 떨어져 섞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게 나왔더라도 바닷물에 섞여 희석돼 금세 기준치 이하로 내려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생선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인에게 이런 설명은 역시 머리로만 이해될 뿐이다. 후생노동성은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후쿠시마 인근 이바라키현, 지바(千葉)현에 해안의 수산물에 대한 감시 강화를 요청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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