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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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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

입력
2011.03.22 06:29
0 0

우대식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직선의 거리를 넘어

흔드는 손을 눈에 담고 결별의 힘으로

휘돌아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과 함께 느릿느릿 걸어왔거늘

노을 앞에서는 한없이 빛나다가 잦아드는

강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는가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굽이져 잠시 쉬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를 나눈다

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

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죽음은 눈물의 꽃을/꺾어 내리는 정원사.’ 물의날, 로르카의 시가 떠올랐다. 강가에서 곡선이 죽고 있다.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라는데 인간이 곡선을 살해하고 있다. 곡선이 사라진 만큼 인간의 상상력도 사라질 것이다.

힘은 무엇인가. 휨은 무엇인가. 직선이 곡선을 낳은 것인가. 곡선이 직선을 낳은 것인가. 직선의 힘과 곡선의 힘, 두 힘 사이에 존중은 없는가. 우리 마음을 순화시켜주며 평화롭게 흐르는 휜 강(江)의 경제적 가치가 정말 별 볼일 없단 말인가.

생명이 깃들이고 살아가는 것들이 악수 나눌 수 있도록 휘돌아 흐르는 강. 그 강이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게 절을 하며 흘러 강이 굽이굽이 휜 것이라는 말 같기도 하네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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