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의 최측근 임원이 비자금 세탁 장소로 지목된 서미갤러리의 홍송원(58) 대표와 거액의 토지매매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홍 대표는 2006년 7월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1의23 대지(290.4㎡)를 중견가수 C씨(51)와 40억원에 공동 매입했다. 홍 대표와 C씨는 평소 담철곤(56) 회장과 이화경(55) 사장 등 오리온 오너 부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씨는 오리온이 시공한 청담동의 고급 빌라 마크힐스 시행사인 E사의 지분 26%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홍 대표와 C씨는 신사동 토지를 매입 10개월 만인 2007년 5월25일 오리온 오너 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고위직 임원 조모(53)씨에게 45억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씨는 이후 8개 만에 이 토지를 제3자에게 50억원 가량에 되판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대표가 신사동 토지를 사들인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마크힐스 빌라 시행사인 E사가 오리온으로부터 빌라 부지를 주변 시세의 60~70%에 불과한 헐값에 사들인 후 40억원을 서미갤러리에 입금한 시점(2006년 8월11일)과 거의 일치한다. 오리온이 빌라 부지를 E사에 헐값에 매각해 조성한 비자금이 서미갤러리에 입금된 뒤, 복잡한 토지매매 과정을 거쳐 다시 오너 일가에게로 되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토지는 당시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가압류 상태에 있었던 만큼 토지 매입이 정상적인 기업활동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리온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도 이런 첩보를 입수, 신사동 토지 거래가 오리온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최근 C씨의 부인 P씨를 소환 조사했다. 오리온이 시공한 흑석동 마크힐스의 시행사 대표를 맡았던 P씨는 오리온 오너 일가와 친분이 있는 것은 물론 그룹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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