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일 공연 중 19일은 매진(실제 관람율 97%)이었다. 또 닷새 공연에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좌석 1,913석 가운데 85%를 채웠다. 매진 날짜가 원작의 생일과 일치한다는 사실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문화를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야만적이지만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가 이뤄 낸 성과는 두말할 필요가 없이 충분하다. 디지털 문명과 무한 복제의 시대, 아날로그와 이른바 고급 예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과 기대치가 여기에 온존돼 있다. 그 중심에 밤새며 무대를 준비했던 이소영 예술감독이 있다.
2005년 그가 국내 초연 연출했던 ‘파우스트’가 못다 이룬 것을 이번에 성취했다는 감회는 실로 크다. “이탈리아 유학 시절 그 무대를 보고 연출자로서 엄청난 현실적 압력을 느껴 차 속에서 두 시간 울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으로 만들었던 2005년의 무대는 그래서 갈증 해소의 의미가 컸지만 무대의 상상력과 흥행에선 실패였다.
“김우경과 래미의 만남에 원작자 구노도 행복했겠죠.”메트로폴리탄의 주역과 역전의 명장을 한 무대에 세울 수 있었다는 자부가 깃든 말이다. 그를 두고 “국립오페라단의 존재감”이라 했다. 이번 무대에서 기획자로서의 순발력도 발휘됐다. “공연 날짜와 작품의 생일을 맞췄어요.” 1859년 파리 초연됐던 날짜, 19일을 보다 극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성공한 데 대한 작은 기쁨이다. “(작품 탄생)152회 생일상을 동양에서 받은 셈이죠.”
요즘 국립오페라단은 존재감에 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오페라를 보기 위해서는 한국 가야 한다”는 이탈리아 신문의 평을 득한 ‘메피스토펠레’, 박은주라는 걸출한 가수로 더욱 빛났던 20세기 최고의 화제작 ‘룰루’ 등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이 ‘파우스트’로 만개했다. 그 역시 ‘파우스트’는 곧 자신감이라고 한다.“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의심”을 보기 좋게 떨어 내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엄청난 열정의 소유자다. 7월이면 3년 임기가 만료된다는 사실도 밤샘을 마다 않는 그의 열정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특별히 개인 일이 없는 데다 미혼이니까요.”오페라와 결혼한 자의 변명이다. 올 들어서도 집에 딱 열 번 들어갔다.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아랑’에 대해 독일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관심, 바그너와 베르디를 기념하는 아시아오페라극장 페스티벌, 이탈리아 라파니체극장과의 ‘오델로’ 공동 제작 작업 등은 그가 세웠던 목표와 직결돼 있다. 바로 해외의 인정이다.
“국립은 국립다워야 한다.”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레퍼토리의 축적을 그는 늘 외고 다닌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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