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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력 보고서] <1> 드림뱅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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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쟁력 보고서] <1> 드림뱅크를 찾아서

입력
2011.03.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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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은행, 글로벌 DNA 없인 꿈일 뿐이자에 한정된 수익구조 빈약한 해외영업기반 등 대부분 공통된 한계고객 맞춤형 서비스 탄탄한 리스크 관리와 해외 M&A 나서야

금융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왜 없는 걸까.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한국에서 세계 정상은커녕 50위권 은행, 아니 아시아 챔피온 은행 하나 없는 것은 대체 무슨 이유일까. 국내 은행들이 세계무대에서 선진국 은행들과 어깨를 겨루려면 대체 어디를 키우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 것일까.

현존 국내 시중은행들의 장점만 모아 놓은 '꿈의 은행'을 한 번 상상해보자. 국민은행의 넓고 안정적인 개인금융 기반에 우리은행의 대기업 금융,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노하우를 접목시킨다. 여기에 신한은행의 탁월한 수익창출능력과 리스크관리 기법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하나은행의 효율적 조직관리와 안정적 지배구조를 합쳐 놓는다. 이쯤 되면 외형과 내실을 두루 갖춘 그야말로 '드림뱅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만으론 2%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국내 은행들이 진정 세계시장을 노크하려면, ▦이자에 한정된 수익구조 ▦'친절한 창구직원'에 머무는 고객서비스 ▦빈약한 해외영업기반 등 우리나라 은행 공통의 열성 DNA부터 떨쳐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은행들이 추구해야 할 진짜 '드림뱅크'는 국내 5대 은행의 강점에 ▦JP모건체이스의 리스크관리 ▦산탄데르의 해외확장 ▦웰스파고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능력까지 추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객중심주의

미국 웰스파고 은행은 대표적 소매금융 전문은행이지만, 전체이익의 50% 이상이 비(非) 이자부문에서 나온다. 비결은 고객 1인당 5건 이상이나 되는 교차판매(보험 펀드 등 비은행 상품판매). 이는 우리나라 은행들처럼 무작정 '캠페인'식으로 상품판촉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상업은행들의 고객중심주의는 특히 지역고객과 장기간 지속적 관계를 맺으면서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관계형 금융'형태로도 나타난다. 스웨덴의 한델스은행은 지배구조부터 영업방식까지 철저한 지역밀착으로, 언제나 흑자를 내는 은행으로 유명하다. 독일 코메르쯔은행은 경기의 호ㆍ불황에 관계없이, 중견ㆍ중소기업과 장기간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객과 오랜 관계가 축적되면, 기업의 내용을 자세히 알기 때문에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그런 고객중심주의는 없다. 한 시중은행 전직임원은 "솔직히 창구직원 친절도만 보면 우리나라 은행이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라며 "하지만 상냥하게 웃는 것이 진정한 고객중심주의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리스크 관리

해외 인수합병(M&A)으로 유명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은 CEO와 임직원을 현지에서 채용하는 등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리스크관리만은 본사에서 직접 관리한다.

은행이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우리나라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나고서야 널리 소개된 개념이지만, JP모건체이스는 이미 1990년대부터 독자적으로 이를 시행해왔다. 이를 통해 JP모건체이스는 항상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을 75%이하로 유지하며, 위기대응능력을 키워왔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 때 살아남은 은행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이라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리스크관리담당 임원이 부행장급으로 임기도 짧고 정식 등기이사도 아닐 뿐 아니라 이사회 내 리스크위원회의 구성원도 아닌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해외 진출

"우리나라 은행들이 나라밖에서 통할 수 있겠어?" 우리나라 은행들은 아직도 이런'해외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다 보니 영업대상을 해외동포나 해외진출 자국기업으로 국한하게 되고, 진출방식 역시 지점 또는 현지법인 설립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글로벌화 정도를 보여주는 '초국적화지수'는 2010년6월말 현재 2.9%에 불과한데, 영국계 HSBC는 무려 64.7%에 달한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은 대부분 M&A 방식을 택했다. 산탄데르은행은 영국의 4위 은행을 사들여 자신감을 얻은 뒤, 이후 언어가 같은 중남미 은행을 수십 개 인수하면서 세계 톱10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스웨덴 한델스은행은 유럽권, 싱가포르 DBS는 동남아권 등 언어나 문화가 유사한 인근 지역은행들을 상대로 영토를 확장 중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자국동포 아닌 현지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려면 새로 법인을 세우는 것 보다 현지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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