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쟁력 보고서]
지진은 언제나 기존 판도를 뒤바꿔 놓는 법. 글로벌 금융시장도 최근 2~3년 동안 전후(戰後) 최대의 지각변동을 겪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세계 은행 권력의 지도를 한꺼번에 바꿔놓는 분수령이었다.
세계적 금융전문지 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0대 은행(자기자본 기준)의 면면을 보면 우선 '씨티제국'의 쇠퇴가 확연히 읽힌다. 소매금융의 최강자로 지난 1999년부터 8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서 있었던 씨티그룹은 서프프라임모기지 여파로 2007년에 2위로 내려앉더니, 2009년과 2010년에는 아예 3위로 쳐졌다.
대신 치고 올라온 곳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체이스. BoA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쓰러진 대형투자은행(IB)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2009년 2위에 이어 지난해엔 1위에 등극했다. 역시 서브프라임 사태 와중에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사들인 JP모건체이스 역시 2009년 1위에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2위로 BoA와 자리바꿈을 했다. 2008년 23위에 머물렀던 웰스파고 역시 와코비아은행을 전격 인수한 뒤, 단숨에 6위에 오르기도 했다.
BoA,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은 한결같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IB가 아니라 예금ㆍ대출업무를 기본으로 하는 상업은행(CB)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세계은행권 지각변동의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IB시대는 폐막, CB전성시대의 도래'인 셈이다.
또 하나 특징은 비(非)미국계 은행들의 약진. 중국 공상은행이 2008년 처음으로 톱 10에 진입한 후 지난해 7위까지 올랐다. 아직 금융기법은 취약하지만, 적어도 규모로는 중국계 금융사들이 세계정상권에 이름을 올릴 날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반면 한때 세계 최대은행을 넘봤던 일본 미쓰비시 UFJ는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비 미국계인 스페인 산탄데르은행도 승승장구중이다. 특유의 지역밀착 소매영업과 지속적 인수합병(M&A)전략으로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산탄데르은행은 2006년 처음 톱10에 처음으로 진입한 후 돌풍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론 이미 세계 5대 은행 반열에 올라 HSB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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