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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멍든 동심 달래고… 아동센터에 피어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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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눔기업이다] 멍든 동심 달래고… 아동센터에 피어난 꿈

입력
2011.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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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엮는다삼성이 만든 사회적 기업 희망네트워크 출범서울 30개 지역아동센터 3년간 지원 비용만 22억

열 두 살 해진이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 시기를 학교에서 보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친구도 줄어들었다. 외로움이 커지면서 마음고생도 커졌다. 나중에는 바람 소리나 고양이 소리에도 놀라 몸을 떨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지역아동센터인 '나무를 심는 학교'에 들어오면서 해진이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많은 친구들이 생겼고, 선생님이 생겼다. 복학에 필요한 시험에도 열중할 수 있게 돼 평균 80점을 넘는 우수한 성적으로 초등학교 5학년에 편입할 수 있었다. 해진이는"학교를 마친 뒤에도 밤 늦게 까지 이 곳에서 좋은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놀 수 있게 돼 외롭지 않다"고 밝게 웃어 보였다.

지난 17일 오후 5시30분 서울 북아현동의 한 다세대 건물 2층에 자리잡은'나무를 심는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해진이처럼 구김살이 없었다. 이 곳은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맡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로, 삼성의 사회적 기업인 희망네크워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센터의 성격이나 구성원들을 감안할 때 분위기가 다소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한 기자의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40여명의 아이들은 교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면서 결코 넓지 않은 34평의 공간을 활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센터 운영자인 고뢰자 센터장의 개인 사무실 문도 수시로 벌컥벌컥 열렸다. 아이들은 기자에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마음 놓고 센터장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송하경 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처럼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좋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오후 6시 저녁 식사가 준비되자 아이들의 기분 좋은 웅성거림은 한층 더 커졌다.

이 곳이 이처럼 밝게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에 바로 희망네트워크가 있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월 340만~43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나무를 심는 학교의 경우 5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은 월 1,500만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 외에 개인과 단체로부터 추가로 후원을 받아 겨우 살림을 꾸려왔다.

그런데 얼마 전 상당액을 지원하던 한 사회봉사단체에서 지원을 중단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왔다. 그 때 희망네트워크가 이 센터를 다른 29개 센터들과 함께 야간보호사업 등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고 센터장은"폭탄을 맞은 기분이었다. 선물폭탄 말이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희망네트워크는 삼성이 지난 2월24일 설립한 삼성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다. 하지만 이 기업의 근원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공부방'으로 불리던 시절의 지역아동센터 후원 운동인'희망의 공부방'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이 운동을 통해 지난해까지 전국 4,560개 센터에 171억여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좀 더 체계적이고 영속 가능한 지원활동을 고민한 결과 올해 사단법인 형태의 사회적 기업 희망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희망네크워크는 지역아동센터에 네 가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먼저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야간보호교사를 파견해 오후10시까지 아이들을 관리하게 하는 야간보호사업이 있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과 인문학적 소양 고취를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교재 등을 만들어 아이들을 교육하는 철학교실,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활동 장비와 교육을 지원하는 희망재능교실, 특별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을 따로 돌보는 희망돌봄사업도 지원 대상이다. 희망네트워크는 일단 서울 지역 30개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이 사업들을 지원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만 총 22억원에 이른다.

물론 돈 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송 사무국장은 "의 저자인 최수연씨는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가족 같은 관계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며 "희망네트워크도 아이들에게 가족 같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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