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등 서방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리비아 정정이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현지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인 국내 건설업체의 대금 회수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민간 발주로 이뤄진 주택 사업에서는 최소 2억5,000만달러(2,800억원)의 대금 미회수가 우려된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국내 업체가 리비아에서 진행중인 사업은 총 53건ㆍ107억달러. 특히 상대적으로 미수 가능성이 높은 주택관련 사업은 15건ㆍ50억 달러 안팎인데, 이미 받은 선급금과 공정률 등을 감안해도 약 5% 가량은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발주처가 국가기관이 아닌 경우가 많고, 같은 공공 발주처라 하더라도 공사비 지급도 상대적으로 대규모 토목ㆍ플랜트 공사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며 "사태가 악화되면 이 분야부터 대금 미지급이 시작되고, 미수 규모도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주택이나 도로사업은 발전소나 플랜트와 같은 기간시설에 비해 중요도가 낮아 선급금이나 기성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며 "특히 관련 공사를 진행 중이던 중견업체 대부분이 현장을 버리고 떠난 터라, 사태 종료 후 발주처가 '공사 중도포기'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해도 대항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 공사는 현금이 없으면 원유 등 현물로 결제 받을 수도 있으나, 민간 공사는 그럴 가능성이 전무하다"며 "이라크전 당시 국내 업체들이 대거 미수금 피해를 입었던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현장 관리를 위해 78명의 직원을 남겨 둔 대형 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해당 위험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이미 철저하게 선수금을 받아가며 공사를 진행한데다가, 석유화학 플랜트 등 관련 공사의 성격상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공사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미수라타 복합화력발전소(5억4,170만달러)와 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4억7,170만달러) 공사를 모두 완공하고 시운전만 남긴 상태. 현대건설도 50% 정도의 공정률을 기록 중인 발전소 공사와 관련된 기성금을 모두 받았다. 신규 사업인 경우에도 현대건설은 13억5,966만달러의 트리폴리 웨스트 발전소 건설공사에서 선급금으로 2억394만달러를 미리 받았고, 대우건설도 4억3,797만달러의 즈위티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선급금으로 6,569만달러를 수령했다. 요컨대 사태가 악화해 현장에서 철수하더라도, 최소한 손해를 볼 상황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제재가 기업간 상업거래까지 번질 경우에는 이들 대형 건설업체도 일부 예상치 못한 미수금 피해를 볼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서방의 제재가 카다피와 그 가족들에 대한 금융자산 동결 등에 그쳐 실제 우리 기업들이 금융제재로 인한 미수금 피해가 우려되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사실상 카다피가 장악한 국영기관 등으로 금융제재가 확대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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