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전자 업종에는 관심이 많지 않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1)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1일 포스코 등 자신이 투자한 한국 기업의 기를 세워줬다.
버핏 회장은 이날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서 열린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포스코 지분 4% 정도를 갖고 있다"며 "미국 외 지역에서 10억 달러 이상 투자한 업체는 3~4개에 불과한데 포스코가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 이외에도 몇몇 한국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거론하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현금 보유한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의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버핏 회장은 한국도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큰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에 관심이 많은데 우량 대기업이 많은 한국에도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전자 관련 업종은 관심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10년 후 기업 가치를 평가해보고 투자하는데, 전자업종은 미래가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가치투자로 유명한 그가 코카콜라 등 매출 전망이 안정적인 소비재 관련 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여파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 위기가 우량주를 저가매수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대구텍에 대해서도 "내가 소유한 해외 기업을 두 번 방문한 것은 대구텍이 유일하고 이번 기공식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추가 투자를 시사했다. 대구텍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절삭공구 전문업체로, 2006년 버크셔해서웨이가 대구텍의 모회사인 이스라엘 금속가공전문기업 IMC그룹을 인수하며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IMC그룹은 이번 제2공장 신축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버핏 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 전용기로 상경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버핏 회장은 "한국은 유망한 제조업 국가인 동시에 유망한 시장으로 본다"고 평가하며 "다음 주총에서는 한국의 성공 사례를 보여줄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이날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대지진 사태로 일본 일정이 취소됨에 따라 서울에서 하루를 더 머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면담 등 추가 일정을 소화했다. 버핏 회장은 22일 인도로 떠난다.
대구=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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