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이 일본 자위대, 소방청, 도쿄전력의 전방위 작업으로 전력복구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냉각시스템이 돌아가 원전이 안정되면 이후 1~6호기는 곧장 폐쇄의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폭발로 원자로 건물의 지붕이 붕괴되고, 노심용융으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는 1~4호기가 기술적으로 재가동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쓰나미 피해를 덜 입은 5,6호기 역시 현지 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하면 가동이 어려워 결국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1~3호기의 경우 수소폭발로 원자로의 핵연료봉 손상이 심해 방사능 물질 방출량이 많아 폐쇄 절차를 밟는 데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79년 노심용융 사고가 일어났던 미국 스리마일섬원전도 핵연료를 원자로 밖으로 빼내 안전하게 처분하고 원전 건물을 봉인하는 뒤처리에 10여년이 걸렸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앞서 19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 "객관적인 상황을 검토, 재가동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혀 폐쇄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폐쇄 절차를 시작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먼저 전력공급에 성공하면 제어봉구동펌프를 가동시켜 핵반응을 억제시키고, 뜨거운 상태인 연료봉을 열교환기와 연결해 해수로 냉각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미 침수를 겪은 비상노심냉각장치(ECCS), 필수냉각계통(ESW) 등 냉각장치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도쿄(東京)신문은 전기가 통해도 내부의 기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원전사태가 예상외로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1~4호기의 건물이 일부 파괴됐고, 지진과 쓰나미로 바닷물을 뒤집어쓴 펌프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해서 쉽게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방사선이 강해 작업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냉각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펌프차를 이용, 원자로에 바닷물을 퍼붓는 현재의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에너지종합공학연구소 나이토 마사노리(內䕨正則) 부장은 "3,4호기에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나오는 열에 의해 하루 50톤의 물이 증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매일 50㎝씩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증발분을 보충, 수위를 높이려면 그 이상의 물을 수조에 투입해야 한다"며 "사용후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이 위험성이 없는 일정한 온도로 떨어지려면 길게는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냉각장치가 복구되지 않으면 1년 넘게 밖에서 물을 보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굴절소방탑차, 콘크리트펌프차 등 가용 장비를 동원하면 연료봉이 식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그 동안 방사성 물질 유출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한편 원전주변의 오염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은 19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북서쪽 200m 지점의 공기를 채취, 검사한 결과 기준 농도의 6배인 ㏄당 5.9밀리베크렐이 검출됐고, 세슘도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도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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