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직선타구는 살생 무기나 다름없다. 국내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마이크 쿨바는 마이너리그 1루 코치 시절이던 2007년 직선타구에 머리를 맞아 숨을 거뒀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루코치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했고 국내에서도 헬멧 쓴 코치들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다. 최근에는 덕아웃에 있던 애틀랜타 산하 마이너리그의 루이스 살라자르 감독이 파울 타구에 맞아 결국 실명했다.
왼손 투수 조던 언더우드는 2년전 미국 오클라호마 주니어 컬리지 시절 직선타구에 왼쪽 눈을 맞았다. 잘 맞은 타구의 속도는 시속 150㎞에 육박하는 게 보통. 마운드의 언더우드는 피할 겨를이 없었다. 타구에 맞은 그의 왼쪽 눈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으깨져 사라져버렸다. 돌이키기 싫은 악몽이었다.
하루아침에 외눈박이가 된 언더우드는 그러나 여전히 마운드에 선다. 아크릴로 만든 인공 안구가 제법 익숙해진 언더우드는 현재 사우스이스트미주리주립대의 에이스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한국시간) "언더우드는 시력 회복을 위한 어떤 과정도 거치지 않고 그저 인공 안구에 적응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가늠하기도 힘든 언더우드는 올해 5경기에 선발투수로 나가 1승1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성적은 6승5패 평균자책점 4.11.
언더우드의 인공 안구를 만든 낸시 타운젠드는 2년 전 한쪽 눈만으로도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언더우드를 설득했다. 언더우드처럼 1978년 한쪽 안구를 잃은 타운젠드는 이후 캐나다 여자 소프트볼 대회에서 1루수와 좌익수로 활약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외눈 선수의 장애 극복 스토리는 국내에도 있다.
프로축구 제주의 김은중은 중학교 시절 왼쪽 눈을 다쳐 완전히 시력을 잃고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유상철도 지난해 방송을 통해 "사실 왼쪽 눈의 시력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밖에 1980년대 골잡이 이태호, 울산 곽태휘, 수원 곽희주 역시 한쪽 눈이 안 보인다.
언더우드의 성적은 오히려 양 눈을 다 갖고 있을 때보다도 좋다. 사물의 정확한 위치 식별이 어려워 수비나 견제 때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언더우드는 씩씩하기만 하다. "땅볼 처리는 아무래도 까다로워요. 하지만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어요. 결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윤성원 박사는 21일 "양 눈으로는 거리를, 한쪽 눈으로는 방향을 판단한다. 한쪽 시력을 잃으면 정확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운동선수의 경우 워낙 어렸을 때부터 같은 방향으로 던지고 차는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습관에 따라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한쪽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집중력이 높아지고 훈련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더 나은 결과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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