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탁구는 침체기를 걷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노골드에 그쳤고, 국제대회에서도 좀처럼 '만리장성'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용'으로 불리고 있는 이상수(21ㆍ삼성생명)가 국제탁구연맹(ITTF) 프로투어에서 우승, 한국탁구의 차세대주자임을 각인시켰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힌 'ITTF 프로투어'는 현재 16개국을 돌며 진행되고 있다. 세계랭킹 포인트 산출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ITTF 투어에서 이상수는 2010년 이후 유일하게 두 차례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선 '소년', 해외에선 '야수'
이상수는 국내보다 국제대회 입상 경력이 빼어나다. 그는 주니어대표 시절부터 세계를 호령했다. 2007년과 2008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단식 3위를 차지했다. 또 2007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선 중국 선수들을 잇따라 물리치고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1월 슬로베니아오픈에서도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시드를 받지 않았던 이상수는 예선전을 거친 뒤 거침없이 우승까지 내달리는 '기적의 행보'를 보였다. 이상수는 당시 슬로베니아오픈 사상 처음으로 '예선 참가자'가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이 소식은 슬로베니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이상수는 폴란드에서 다시 한번 '사고'를 쳤다. 이상수는 21일(한국시간) 폴란드 브와디스바보보에서 끝난 2011 ITTF 프로투어 폴란드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렉산드르 시바에프(러시아)를 4-0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이상수는 21세 이하 대회가 아닌 시니어대회에서 일본의 차세대 주자인 마츠다이라 겐지와 기시카와 세이야를 물리쳤다. 세계랭킹 70위인 이상수는 이번 우승으로 사상 첫 세계랭킹 4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그는 "국내대회는 심리적 부담감이 많아 항상 어렵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선 제 스타일을 모르는 선수들이 많아 심리적으로 편하다"며 "이번 대회에선 전체적으로 공이 잘 맞지 않아 목표를 8강으로 정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 기쁘다"고 밝혔다.
지금은 '꼴등', 내일은 '일등'
179㎝ 67㎏의 이상수는 '배짱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경기력의 편차도 심하다. 그러나 이상수는 최근 마인드 컨트롤을 익히며 성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상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마인드 컨트롤에서 비롯됐다.
그는 "망설임이 많은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핸 기술보다 심리적인 부분 보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이전에는 '무조건 이기겠다'는 마음만 앞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각했던 작전을 다 써 먹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운영한 게 적중했다"고 털어놓았다.
주니어 시절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던 이상수는 현재 한국탁구를 이끌 차세대 주자 경쟁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 정상은(21ㆍ삼성생명)을 비롯해 김민석(인삼공사), 정영식(대우증권), 서현덕(이상 20ㆍ삼성생명) 등이 남자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상수는 "솔직히 말하면 어느 누구도 저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특히 그 중에서 정상은과 김민석이 앞서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노력이라는 부분 하나만큼은 제가 친구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장점인 빠른 템포의 전진 속공과 드라이브를 잘 살려 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자신했다.
중국탁구의 대표주자인 마린과 마룽의 장점만을 닮고 싶다는 이상수는 "원래부터 빠른 탁구를 추구해온 만큼 부족한 파워를 보완해 꼭 중국선수들을 꺾고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두용기자 enjoysp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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