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인과 단체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하고, 폐지된 정당 후원회를 부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정치관계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토론회(24,25일)와 선관위원 전체회의(4월4일)를 거쳐 개정 의견을 확정,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1일 "법인, 단체는 선관위에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기탁할 수 있게 하되, 이 중 50%는 기탁자가 지정한 정당에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의석 수와 득표율 등을 고려한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에 의해 각 정당에 지급하는 등의 법 개정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정치자금을 기탁할 경우 정관이나 내부규약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탁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선관위 의견에 따라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1997년 폐지된 법인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지정기탁제도가 부활하는 셈이다.
2004년 3월 이른바 '오세훈법'에 의해 폐지된 정당 후원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될 예정이다. 각 정당의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원회를 지정해 연간 중앙당은 50억원, 시도당은 5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전국 단위의 공직선거가 있는 해는 이 금액의 2배까지 모금할 수 있다. 후원인은 정당 후원회에 연간 2,0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고, 한 정당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은 중앙당 1,000만원, 시도당 500만원이다. 중앙당에 연간 500만원 이상, 시도당에 연간 300만원 이상을 후원한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인적사항이 공개된다.
이 같은 선관위의 법 개정 의견은 결국 정당의 정치자금 조달 통로를 넓혀주는 것이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달 초 국회가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하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힌 전례도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금권정치, 정경유착 등을 이유로 법인과 단체의 정치후원금 허용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정당의 정치자금 조달 통로를 너무 엄격하게 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범법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선관위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석패율제 도입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석패율제는 각 정당이 전략 지역을 선택해 그 지역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출마자가 지역구 선거에서 아깝게 떨어지면 비례대표로 당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시도 지역구 의원 당선인 수가 해당 지역구 의석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정당에만 적용된다. 선관위는 사실상 영호남에만 적용되도록 이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는 2012년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 선거와 관련, 파병 군인과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게는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 또 재외국민 유권자가 2만명 이상인 해외 도시에는 공관 외의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의견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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