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대한 미국 등 다국적군의 군사적 대응으로 중동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에 이어 중동 사태 악화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연일 오름세를 기록 중이고,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10일 ℓ당 2,000원을 돌파한 이래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곡물 구리 니켈 등 원자재가격도 치솟고 있다. 엔화 상승을 막기 위한 선진 7개국(G7)의 공조 개입으로 겨우 안정을 되찾아가던 환율시장도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환율시장 불안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암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대란과 구제역 확산 여파 등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여온 물가가 더 큰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리비아는 국내 기업들의 건설공사 및 플랜트 수출이 집중된 우리나라의 3대 해외 건설시장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건설사가 지난해 말까지 수주한 공사는 295건, 366억달러 규모로, 전체 해외 수주액(누계 기준)의 8.6%나 된다. 미국 등이 카다피 일가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금융제재에 나선 상황이어서 수출대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선 중동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주요 산유국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단기적 유가 급등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동 불안이 장기화해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치솟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중동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현지 교민과 근로자들의 안전대책은 물론, 건설ㆍ플랜트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그간 기울여 온 에너지 절감 및 석유수입 다변화, 대체에너지 개발 등의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들 또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을 감안해 취약 요인을 점검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과 수출 신시장 개척을 통해 비상 상황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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