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하청) 노동자 실태에 관한 해외사례 조사보고서를 두고 노동계와 재계가 해석을 달리하며 맞서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고려대 산학협력단(단장 김영근)에 발주한 ‘외국의 사내하도급 파견 현황 및 제도 실태조사’. 지난주 공개됐으며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해외 자동차회사의 사내하도급 실태, 각국의 법적 규제, 판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노동계는 보고서를 근거로 “외국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은 우리와 달리 제조업 파견이 불법은 아니지만 하도급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하도급 노동의 제한적 사용, 하도급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금지 등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가령 독일 폭스바겐사는 2009년 ‘오토5000’이라는 자회사에 근무하던 파견직 노동자 5,000명 중 4,200명을 본사 소속으로 전환했다. 하도급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의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 우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아 폭스바겐사 파견노동자들의 업무만족도가 높다는 내용도 소개돼 있다. 또한 사내하도급을 식당, 경비, 보안유지 등 주변업무, 육체적 힘을 사용하는 업무 등에만 활용하며, 사내하도급 업체들을 위한 별도의 건물이 마련돼 있다는 프랑스 르노사의 사례, 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던 일본 닛산사가 지난해부터 파견노동자 사용을 중지했다는 내용도 실려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파견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는 보고서의 내용을 근거로 “각국이 고용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파견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계는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분야의 파견이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파견대상 업무와 기간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보고서의 사례를 원용했다. 외국처럼 파견을 폭넓게 허용하면 사내하도급의 불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발주한 고용부는 “정책수립에 중요한 참고자료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할 수 없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고용부는 당초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내용 일부가 언론에 알려지자 지난주 예고 없이 보고서를 내놓았다. 금속노조는 최근 보고서 내용에 대해 정부와 재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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