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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나는 가수다’ 김건모 부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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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나는 가수다’ 김건모 부활 논란

입력
2011.03.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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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마봉춘(MBC) 최대의 무리수! 김건모의 나는 선배다’ ‘차라리 1등을 졸업시켜라’ ‘MC에 송해 선생을 추천한다. 그래야 땡 치면 군말없이 내려가는데 ㅋ’

21일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는 이런 식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전날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코너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한 김건모가 재도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쟁쟁한 가수들을 모아놓고 순위를 매겨 1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강행한 제작진이 스스로 만든 원칙을 깨버린 셈이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 김건모는 립스틱을 바르는 과한 퍼포먼스 때문인지 시청자 평가단 투표에서 7명 중 꼴찌를 했다. 진행자 겸 출연자 이소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김건모가 탈락했다. 나 이거 편집해 달라고 할거다”라며 무대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충격에 빠진 출연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의했고, 제작진은 결국 김건모의 ‘재도전’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번엔 시청자들이 단단히 뿔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탈락자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 이 내로라 하는 실력파 가수들 중에서 과연 누가 쓴 잔을 마시게 될 지 더 마음 졸이며 지켜본 것 아닌가.

이렇게 되면 다음에 탈락하는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박명수는 “만약에 건모 형이 그때 또 떨어지면?”이라는 자연스런 의문을 제기했다. 어쨌든 김건모의 부활로 이 프로그램은 자승자박의 덫에 걸렸다. 네티즌들은 이런 상황을 빗대 ‘김건모 고령으로 사망/ 나는 가수다 40년 만에 새 가수 투입’ ‘2040년/ 나는 가수다/ 최장수 프로그램에 선정/ 김연우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사망’ 같은 패러디물까지 내놓았다. 김연우는 다음 출연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렇다 보니 화제를 모으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안착하는가 싶던 ‘나는 가수다’가 다시 존재의 이유를 질문받고 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서바이벌이냐 리바이벌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미스 콘셉트”라며, 이미 자기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 데려다 놓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이며, 서바이벌 게임이 적용될 만한 영역에서 벗어나 그 프레임을 적합하지 않은 영역에 옮겨 놓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일침했다.

‘나는 가수다’는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레전드급 가수들의 극한 서바이벌’이라며 한껏 기대치를 높여놨고, 가수들의 미션곡이 미리 새나가는 걸 막는다며 평가단 입단속에 유난을 떨었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에 죽자고 덤비는 네티즌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그런 반감에서도 기인한다.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 ‘툭’하고 김을 빼버리니 배신감이 더 크다. 방송 직후 가수들이 부른 노래가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 정도로 ‘나는 가수다’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제작진이 그런 성원에 값 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수 없다면, 차라리 이런 자막이라도 넣는 게 낫다.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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