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대한 연합군의 작전 양상이 G2로 요약되는 세계 질서의 재편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과거처럼 미국이 군사 작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전면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은 새로운 양상이라는 것.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단초가 된 걸프전이나 9ㆍ11 테러 직후 일어난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선봉에 나서며 세계 평화의 수호자인 양 자처했던 슈퍼 미국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기 대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일정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한 군사작전에서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19일 “미국 혼자만의 작전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군사 작전이 빨리 끝날 수 있는 방법을 백악관 참모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디세이 여명’의 첫 포문을 연 것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의 차지가 됐다. 20일 이뤄진 2차 공습에도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 연합군 작전을 주도했다. 물론 미국이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선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미국의 소극적 행보에는 이미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수행하고 있어, 또 다시 전쟁을 벌이기에는 안팎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LA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 내에 중동 평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이슬람 세계와 골치 아픈 전쟁에 또 다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고심 끝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할 때만 대 리비아 군사 개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 같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미국만이 유일 강대국이었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 이젠 미국과 중국의 G2시대라는 점이 미국의 독단적 행동을 제약하고 있다.
LA타임스는 “이번 리비아 연합군의 군사 개입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성공할 경우 앞으로 국제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다국적 군사 행동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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