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호스니 무바라크 철권통치를 18일간의 시위 끝에 무너뜨린 이집트 시민이 헌법 개정안을 77%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켜 민주국가로 한걸음 다가섰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국민투표를 감독한 사법위원회 모하메드 아티야 위원장은 전날 치러진 개헌안 찬반 국민투표에 투표자 77.2%인 1,400만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 헌법개정안에 따라 이집트는 6개월 이내 즉 9월에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아티야 위원장은 "4,500만명 유권자의 41%인 1,850만명이 투표에 참여, 무바라크 30년 독재 이후 민주화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번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는 6년, 연임 무제한에서 4년, 재선으로 제한되고 민간인을 군사재판에 소집하는 대통령의 권한은 없어졌다. 1981년부터 불과 한달 전 무바라크가 퇴진할 때까지 이집트 국민을 억압했던 비상계엄령 기간도 6개월로 제한된다.
대통령 출마자격은 15개 지역에서 3만명의 추천, 의원 30명 지지, 의원 1명 이상인 정당의 대표 중 하나에 해당하면 출마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무바라크가 2인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지명하지 않던 부통령은 취임 후 60일 이내 1명 이상 임명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40세 이상, 이집트 국적의 부모를 둔 이집트인이고, 타국인과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넣어 국적규정은 강화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시대의 헌법에 뿌리를 둔 개정안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찬성한 무슬림형제단과 달리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청년그룹은 군부가 너무 촉박하게 개헌안을 마련했다며 투표반대 시위를 벌여왔다. 개헌안에 반대해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9일 카이로 모카탐지역 투표소 앞에서 반대파들로부터 돌멩이와 병, 캔으로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집트 내 종교 분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콥트기독교인들은 무슬림형제단의 정치활동을 합법화한 개헌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투표를 반대해왔다. 무슬림형제단 관계자는 "정치적 차이일 뿐 종교적 차이는 아니며 이집트 내 분열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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