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管直人) 일본 총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간 총리는 대지진 다음날인 12일에는 피해 현장을 헬기로 둘러본 뒤 각료회의와 여야 영수회담을 잇달아 여는 등 동분서주했다. 긴급재해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위대 지원병력을 10만명으로 증원했고, 야당 측 지원약속도 이끌어냈다. 또 도쿄전력 책임자들을 질책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확대된 이후부터는 공개활동을 부쩍 자제하고 있다. 당초 간 총리는 21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지역을 방문해 자위대원 등을 격려하고 피해주민을 위로할 계획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헬기 운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간 총리의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정부 내에서 ‘현장 대원들이 의전이나 현황 보고 등을 준비하느라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란 지적이 제기됐고, 여당 내에서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간 총리 측에서 악천후를 핑계로 현지 방문을 취소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앞서 간 총리는 19일 야당인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에게 전화로 지진재해부흥담당 장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피해수습에서의 정부 리더십 부재라는 언론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연정구상이 무위로 돌아가고, 현장 방문을 놓고는 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간 총리는 더욱 움츠려 드는 듯한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산케이(産經)신문이 17일 수도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 간 내각 지지율은 지진 발생 전인 3일 24%에 비해 11.6%포인트 상승한 35.6%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정부 대응에서는 무려 52.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간 총리는 21일 주재한 긴급재해대책본부회의에서는 “위기를 벗어날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오랜만에 희망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간 내각을 지켜보고 있다.
도쿄=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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