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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로비 이어 또…수사 단골 서미갤러리, 재벌 비자금 조성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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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로비 이어 또…수사 단골 서미갤러리, 재벌 비자금 조성 창구?

입력
2011.03.21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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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서미갤러리 홍송원(58) 대표의 집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미갤러리가 수사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미 압수수색을 당했던 서미갤러리는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에도 수사를 받았다. 갤러리 업계에서는 서미갤러리가 재벌그룹 사주 일가와 거래를 많이 하는데다 비자금 창구로 지목되면서 단골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어떤 곳

2006년 7월 오리온그룹 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창고부지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사들인 건설시행사는 한달 뒤 서미갤러리에 40억원을 입금했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땅을 판 것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40억원을 빼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세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품 구입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지만 실제로는 영수증만 써 주고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에 40억원이 다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서미갤러리는 비자금 조성 창구인 셈이다.

서미갤러리는 2007년 검찰 수사 당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고가 해외 미술품 구입을 대행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감정가가 716만달러(86억원)에 이르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 '행복한 눈물'의 거래처로 지목되기도 했다. 서미갤러리는 재벌그룹뿐만 아니라 고위 공무원들이 청탁 선물을 구입하는 장소로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한상률 전 청장이 인사청탁 목적으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는 '학동마을' 그림도 서미갤러리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미갤러리가 유명세를 치르는 이유는 홍송원 대표의 '네트워크'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홍 대표는 미술계의 큰 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주요 재벌가의 안방마님과 강남의 부유층, 유명 연예인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대표 부인들 중에 이화여대 출신이 많은 점도 같은 대학을 졸업한 홍 대표의 인맥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돈세탁 장소로 선호

전문가들은 재벌그룹들이 비자금 조성 창구로 미술품 매매를 선호하는 이유로 화랑을 매개로 거래가 이뤄지면 비자금의 꼬리가 밟히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술품 거래 시 세금이 붙지 않는데다 수입 미술품은 관세도 붙지 않는다. 미술품이 아무리 고가라도 재화를 사고 팔 때 붙는 양도소득세와 취득ㆍ등록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세금이 없기 때문에 매매기록이 자세히 남지도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화랑 주인이 비밀만 유지해 주면 검은 돈의 출처를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 상속과 증여 수단으로도 갤러리가 자주 이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갤러리 입장에서도 은밀한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 알기 때문에 고객의 미술품 거래 내역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는 게 관행이다. 결국 비자금 조성 유혹에 빠지기 쉬운 재벌가와 안정적 수입을 원하는 갤러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접점에서 부적절한 거래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미술품의 음성적 거래를 막기 위해 6,000만원 이상 미술품을 매매할 때 양도세를 부과하는 법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미술품 거래 시장의 위축우려 때문에 2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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