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으로 국내 정치권의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사전 승인없이 군사조치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보수진영은 물론, 지지세력인 진보파들 사이에서도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공세적 리비아 개입으로 국내에서 정치적 반전을 꾀했으나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미 집권 민주당의 진보파 의원들은 19일(현지시간) 의원총회를 통해 의회의 승인은 물론 사전 협의조차 없이 군사조치 결정을 내린 오바마 대통령을 강력 성토했다. 이들은 리비아 사태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음에도 의회의 허가 없이 군사행동에 돌입한 것은 "헌법 위배"라며,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군사작전 계획을 설명할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이에 반대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은 의회 재가 없는 리비아 공격은 "탄핵사유"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해 북아프리카 정정이 불안정해지거나, 미국의 미군이 동원될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군 수뇌부도 리비아 군사작전에서의 미군 역할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견해를 잇따라 밝혔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수일 내로 작전 주도권이 프랑스ㆍ영국 합동지휘부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넘어갈 것"이라며 "미국은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즉각 미군의 리비아 작전 목적이 불분명하고, 카다피를 권좌에 남겨놓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20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크게 패해 유권자로부터 리비아 군사개입을 주도한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만 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21일 지방의회 선거 1차 투표 결과, 좌익 사회당이 2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은 17%로 2위에 그쳤다고 밝혔다. 르 파리지앵 인터넷판 등은 내무부 최종 집계 결과를 인용,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15%로 3위를 차지했고, 좌파전선은 9%, 녹색당은 8%를 각각 득표했다고 전했다. 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을 주도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또 이날 투표율은 44.4%(유권자 2,100만명)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비록 지방선거지만,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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