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에 대한 아랍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과 '반대'는 물론이고, 찬성도 '적극 지지'와 '보통 지지' 등으로 제각각이다. 아랍권 지원을 통해 리비아 공격 명분을 확보하려 했던 연합군으로서는 골머리를 앓게 됐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연합군은 아랍연맹(AL)의 입장 변화 양상에 당황하고 있다.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찬성했던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전날 연합군의 공습 직후 리비아 민간인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간인 보호라는 공습 목적과 거리가 멀다"며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
영국과 미국의 군 고위 관계자들은 즉각 "민간인을 공격한 적은 결코 없으며 민간인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반면 군사적 참여를 주저해 온 독일의 귀도 베스트벨레 외무장관은 "아랍연맹의 공습 반대는 독일이 공습에 참여하지 않아도 될 좋은 명분"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무사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긴급 회동에서 반 총장이 설득하자 "리비아 상황은 심각하다. 아랍연맹과 유엔은 하나된 입장"이라며 반대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로이터통신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아랍국가에 대해 가장 큰 규모의 군사 공격을 하는 연합군으로서는 아랍권의 지지가 없을 경우 바라는 결과를 얻을 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아랍연맹 회원국 중에서도 걸프만 산유국 6개 나라로 이뤄진 걸프협력회의(GCC)는 '찬성' 입장이다. 특히 카타르는 전투기 4대를 파견해 리비아 공격에 직접 참가한 첫 중동 국가가 됐다. 카타르로서는 이번 기회에 영향력을 키워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또 아랍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반 카다피'성향을 보여온 알 자지라 방송의 본거지이다.
이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GCC 회원국들은 군사력 보다는 간접 지원에만 나설 모양새다.
그러나 이집트와 요르단 등 다른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리비아에 대한 어떤 군사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이라크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리비아 사태와 관련한 유엔 결의를 존중한다"며 연합군의 군사개입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한편 아랍국가 일부를 회원으로 둔 친 카다피 성향의 아프리카연합(AU)은 "리비아에 대한 어떠한 군사 작전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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