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귀항신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것 같은 데…."
천안함 사건 1주기를 사흘 앞둔 23일 고(故)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57)씨는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늘 머릿속에는 남편과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전에 긴 항해로 자주 집을 비웠기 때문에 지금도 먼 항해를 떠난 것 같다고 했다.
국민들은 물론 언론의 관심이 쏠려 많이 힘들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던 김씨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짧게나마 그 동안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당시 충격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지병인 골다공증과 고지혈증은 생전 한 준위의 권유로 시작한 등산을 꾸준히 하면서 상당히 호전됐다. 그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루 2시간씩 집 뒷산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정들었던 해군 관사에서 나와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새 집에는 한 준위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유품, 훈장 등으로 남편 방을 꾸몄다. 부대에서 찍은 기념사진과 표창장 등을 방에 걸어 두는 것을 유달리 좋아한 남편이었지만 방이 비좁아 일일이 다 걸어두지 못했는데 "제대 후 큰 집으로 이사하면 다 걸어 주겠다"고 한 남편과의 약속을 남편 사후에야 지킨 것이다.
김씨는 이 방에서 매일 새벽 남편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도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 뒤 낮에는 한 준위의 위패가 모셔진 해군 흥국사를 찾아 명복을 빌고 있다. 그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먼저 간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내 일 같이 함께 슬퍼하고 격려해 주신 국민들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운동과 기도 등으로 어렵사리 평상심을 되찾아 가고 있는 김씨에게는 반듯하게 자란 남매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지난해 한 준위 장례식장에서 울부짖는 어머니를 부축하며 자신은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았던 군복 차림의 아들 상기(27)씨는 전역해 지난해 9월부터 경남 창원시 안골포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딸 슬기(21)양은 이번 학기부터 대학에 복학했다.
상기씨는"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고 그리워진다"며"아버지의 거룩하고 숭고한 희생정신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자랑스런 한주호 준위의 아들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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