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세상을 뜬 고 최정환 상사의 가족은 최 상사의 딸 의영(2)양이 작은 입으로 "아빠"하고 옹알댈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올 1월 막 돌이 지난 의영이가 또박또박 말하는 단어는 맘마 엄마 아빠 아파 4가지뿐. 최 상사의 매형이자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자문위원인 이정국(40)씨는 "또래 아기들이 남자 어른을 부르는 것을 보고는 할아버지만 봐도 '아빠 아빠'하는 통에 온 식구가 울컥하곤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로 서해에서 스러진 장병들의 유가족에게 지난 1년은 애틋한 피붙이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쓰라린 세월이었다.
고 신선준 상사의 부모, 고 손수민 중사의 부모 등은 지난해까지 살던 집을 처분하고 이사했다. 문득 떠오르는 아들의 모습에 애가 말라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56)씨는 매일 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찾아 묘비들을 어루만진다. 마른 수건으로 정성스레 46용사의 모든 묘비를 닦으며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기부 등을 통해 비극의 상흔을 지워나가는 가족들도 있다. 고 이상민 하사의 유가족은 이달 초 이 하사의 모교인 충남 청양대학에 장학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고 심영빈 중사의 가족도 지난달 아들의 모교인 강원대 삼척캠퍼스에 학교 발전기금 300만원을 냈다.
유족협의회의 이 위원은 "아들들의 명예는 산 가족이 지킨다는 의미에서 유족들의 기부가 줄을 잇는 것"이라며 "유족들의 유일한 바람은 더 이상 우리 바다에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68)씨가 해군에 1억8,988만원을 기탁한 것도 이러한 뜻에서였다. 해군은 이 기부금으로 함정용 K-6기관총 18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동료의 빈자리가 벅차기는 생존장병 58명도 마찬가지다. 김수길(37ㆍ해군부사관144기)상사는 "천안함과 관련한 왜곡된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1년이 지났지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배 옆에 서있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6월 5일 인사 발령 이후 각 부대에 흩어져 근무하는 생존장병들은 천안함전우회를 만들고 연례모임을 가지며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전역해 민간인이 된 9명의 장병들도 이날만큼은 모두 모여 서로를 위로한다.
해군은 "이들의 충격을 치료하고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정신건강진료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이 실제 재활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장병은 "전역한 장병들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천안함재단의 멘토링 뿐인데 이조차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는 멘토와 멘티는 극소수"라며 "지금도 많은 생존 장병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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