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론의 장을 계속 마련해 과학적 진실을 입증해 나가겠다."
국방부가 지난해 9월13일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국민과 한 약속이다. 국내외 학회세미나와 연구활동을 지원해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알리고 끊임없이 토론하겠다는 낮은 자세였다. 천신만고 끝에 북한의 소행을 입증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물)'인 CHT-02D 어뢰의 잔해를 발견했지만 천안함 폭발과정 등 과학적 규명이 충분하지 않던 차였다.
하지만 국방부의 태도는 곧 바뀌었다. 보고서 발간에 맞춰 일선 학교에 배포한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만화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을 싸잡아 매도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 천안함 백서는 1년이 지난 이달 25일에나 발간될 예정이다.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는커녕 일부 전문가가 의혹을 제기하면 국방부는 혀를 차며 무시하거나 방대한 양의 반박자료를 퍼붓는 기형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좌초나 기뢰폭발을 고집하는 억지 같은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반대론의 핵심은 발견된 북한 어뢰가 실제로 천안함을 침몰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면서 과학적 검증의 기본인 반증가능성을 강조한다. 누구나 실험을 재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진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언론이나 군 관계자, 일부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설명회 정도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과학적 진실을 얘기하면서 정작 과학자들은 논의대상에서 배제됐다. 천안함 선체 곳곳과 어뢰추진체에 묻어있는 물질이 폭발을 통한 고온, 고압의 조건이 아니면 생성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반박하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다.
또한 보고서에는 합동조사단이 보여주겠다고 장담했던 물기둥의 존재가 빠졌다. 비용과 시간의 이유를 들어 폭발 직전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물기둥에 대한 생존자들의 주장도 엇갈린다. 비접촉폭발인 버블제트로 천안함을 두 동강 낸 어뢰의 폭약무게와 폭발수심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어뢰표면에 선명하게 쓰인 '1번'글씨의 정확한 잉크성분도 베일에 싸여 있다.
국방부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중요하다. 다른 지엽적인 논란은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기자"고 항변한다. 자잘한 의혹은 끝이 없으니 이쯤에서 정리하자는 얘기다. 물론 의혹들이 많다고 해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열린 토론'은 국방부가 애초에 원하던 바다. 조사결과 보고서가 미완성이라면 이제 군 스스로 나서서 부족한 부분을 완성시킬 때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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