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 '굿 닥터' 각색해 대검 문화예술동호회 회원들 무대에 올라
"도대체 나란 사람을 이 방에 앉혀 놓고 매일매일 사건과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은 무슨 힘일까요?"
2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인근 화이트홀. 김준규 검찰총장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직원과 가족 250여명이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현직 검사와 수사관들의 자기 성찰을 담은 연극 한 편이 무대 위에 올랐다. 제목은 '굿 프라시큐터스'(Good Prosecutorsㆍ좋은 검사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콩트를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이 극화해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시킨 희극 '굿 닥터'를 각색한 것이다.
대강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매일같이 책상에 앉아 '기소냐, 불기소냐'를 고민하는 경력 10년차 검사가 있다. 검사 일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새로운 사건을 접하면 '알 수 없는 아이러니의 힘'이 생기는 까닭에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기가 막힌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유쾌한, 하지만 약간은 씁쓸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연극은 바로 이 상상을 '재채기' '착한 여자' '의지할 곳 없는 신세' '물에 빠진 사나이' 등 6개의 에피소드에 옴니버스 식으로 풀었다. 누명을 쓴 서민, 잘못된 기소로 고통받는 피해자 등 법 집행과정에서 생기는 억울한 사연이 주된 스토리. 현장에서 이를 맞닥뜨리는 검사의 실존적 고민도 군데군데 녹아 있었다. 에필로그에선 특히 "어떤 사건이든 끝나고 나면, 그 사람들의 중요한 인생의 알맹이를 도둑질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절절한 자기 고백도 담아냈다.
이번 연극은 친목 동아리인 대검 문화예술동호회가 지난해 말부터 3개월 동안 직접 기획ㆍ제작한 것이다. 총 15명에 이르는 출연진은 검사 6명과 수사관 5명 등 순수 아마추어 배우들로 구성됐지만, 스태프로 극단 서울공장의 임형택 대표 등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문화예술동호회장인 이헌상 대검 정보통신과장은 "검찰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획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반성과 이해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