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보청기ㆍ사탕수수 숯ㆍ휴대용 정수기ㆍ식수통…
나눔 기업들의 활동이 비단 사회적 기업 지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이나 빈곤국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착한 기술'도 사회적 기업 지원 못지 않은 나눔 기업 활동으로 꼽힌다. 착한 기술은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그래서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1월에 아예 특허청과 제휴를 맺고 적정 기술을 공동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특허청이 제공하는 1억5,000만 건의 특허 자료를 바탕으로 적정 기술을 개발해 해외 법인을 거쳐 개발도상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내 사회적 기업인 딜라이트는 저소득층을 위한 34만원짜리 초저가 보청기를 개발했다. 기존 보청기는 100만~200만원 대여서 저소득층이 사용하기 힘들었다. 이들이 만든 보청기는 65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에게만 판매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고안한 사탕수수 숯도 착한 기술의 본보기다. 사탕수수 숯은 사탕수수 액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말린 뒤 다른 연소 재료와 섞어서 만든다. 이렇게 만든 숯은 벌목이 금지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저소득층의 좋은 연료가 되고 있다. 과거 실내에서 조리를 위해 나무를 때던 시절에는 매연이 실내에 가득 차 어린이들의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됐다. 사탕수수 숯은 아이들 질환을 줄이는데도 기여를 한 셈이다.
베스터가르드 프란센사가 2006년에 만든'생명의 빨대'는 널리 알려진 착한 기술 제품이다. 빨대처럼 생긴 휴대용 정수기인 이 제품은 물을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에서 갖고 다니며 흙탕물을 걸러 마실 수 있다. 물이 귀한 곳에서 생명을 구해주는 제품인 셈이다.
킥스타트의 특수 펌프도 마찬가지. 이 업체 대표인 마틴 피셔 박사가 개발한 이 제품은 케냐의 농부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우물에서 물을 끌어와 밭에 뿌려준다.
이밖에 가운데 구멍이 뚫려서 줄로 연결해 끌어 당길 수 있는 식수통인 큐드럼, 농산물 보관을 오래하도록 일종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특수 항아리들도 마찬가지다. 마틴 피셔 킥스타트 대표는 "적정 기술 제품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복지제도와 더 나은 민주 정치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착한 기술 개발에 나선 이수원 특허청장도 착한 기술 개발에 대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지식으로 개발도상국 국민을 돕는 지식재산 나눔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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