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추진을 막으려는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의 '딴지걸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일부 시의원이 시의회에서 예산을 심의ㆍ의결한 사안을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조례 개정에 나서 상위법령 위반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엔 주민투표 서명 시 연락처를 기재토록 하는 '깐깐한'조례 개정안을 제출했다.
20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박진형(강북4), 김광수(도봉2) 의원 등 민주당 시의원 14명은 주민투표 서명을 받을 때 휴대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 연락처 기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투표 개정 조례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청구인 서명부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기재토록 한 기존 조례에 연락처 기재 조항을 신설했고, 서명부 열람기간에 전체 서명인의 5% 이상에게 본인 서명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 같은 시의회의 움직임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는 서울시와 보수시민단체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명분상으론 본인 확인을 통한 서명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현실적으론 연락처 노출을 꺼리는 시민들의 성향을 활용해 서명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내달 열릴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주민투표 요건인 청구 서명자 41만8,000명(유권자의 5%)을 채우는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이미 받은 서명까지 소급적용 되지는 않는다.
개정안은 또 주민투표 청구심의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바꾸고, 기존 행정부시장이 맡던 심의회 주재자를 위원 호선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았다. 관제 주민투표로 변질될 게 뻔하다는 게 이유다. 또 위원 중 시의회 의장 추천자와 소속 3급 이상 공무원은 각 2명으로 정해 시의회가 시에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고, 대학교수 변호사 시민단체대표 등 공무원 이외의 위원 수를 늘렸다.
서울시는 개정안에 대해 "시의회가 입법권을 악용해 시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종현 시 대변인은 "민주당 시의원들은 주민투표를 방해하는 억지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진형 의원은 "서명명부의 허수를 줄이기 위해 상식적인 확인절차가 가능토록 연락처 기재요건을 만들었는데 시가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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