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ㆍ27 재보선 공천심사위는 요즘 한 야당 정치인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말이다. 야당 대표인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분당을 공천 및 후보 구도의 열쇠를 쥔 묘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분당을 출마를 결심하면 한나라당은 '분당을 수성(守城)'을 명분으로 정운찬 전 총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 전 총리는 후보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20일 "모든 것은 손 대표에 달려 있다"며 "손 대표가 출마하는 비상상황을 맞이할 경우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정 총리가 출마하도록 설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맞붙으면 그야말로 빅매치가 된다. 야당 대표와 전직 총리의 대결이자 예비 대선주자 간의 승부가 된다. 그럴 경우 분당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게 된다.
손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후보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로 정리될 공산이 크다. 당 지도부가 강 전 대표와 그를 미는 여권 인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 전 총리를 내세울 명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출마의 명분과 모양새를 중시하는 정 전 총리도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분당을 출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20일에도 입을 굳게 닫은 채 강원도 원주에 머물렀다. 아직까지는 손 대표의 마음이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이 손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일종의 교란 작전"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측근 의원들도 "당 대표로서 강원도지사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만일 민주당의 전체 판세가 불리해진다면 손 대표가 당내의 분당을 출마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는 어렵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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