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눈발까지 흩날리던 궂은 날씨도 '혜성처럼' 등장한 마라톤 기대주의 불꽃 레이스 앞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풀코스 도전 세 번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20대 청년은 들뜰 법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오는 8월 '별들의 잔치'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마라톤의 기대주 정진혁(21ㆍ건국대)이 20일 열린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잠실종합운동장)에서 2시간09분28초를 기록, 모로코의 압데라힘 굼리(35ㆍ2시간09분11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중앙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0분59초를 찍고 8위를 차지했던 정진혁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정한 최상급 '골드 라벨' 레이스인 이번 대회에서 풀코스 세 번째 도전 만에 개인 최고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정진혁은 35㎞ 지점에서 굼리를 20m 가까이 앞서며 선두로 치고 나왔지만 37㎞ 부근에서 추월 당한 뒤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진혁은 "아쉬움이 남지만 자신감도 얻었다. 대구에서는 2시간8분대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진혁의 '깜짝 준우승'은 감기 몸살로 대회 직전 레이스를 포기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30ㆍ코오롱)의 도움이 컸다.
정진혁은 "올해 제주도 동계훈련 때 영준이형과 같은 방을 썼다. 휴식시간에 나 같으면 잠을 잤지만 영준이형은 쉴 때도 보강 훈련과 스트레칭을 해 프로정신을 많이 배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영준(개인 최고기록 2시간8분30초)과 정진혁 모두 2시간6~7분대 진입이 무난하다는 평가여서 11년째 묶인 한국기록(2시간7분20초) 경신 여부가 주목된다.
여자부에서는 로베 구타(25ㆍ에티오피아)와 웨이 야난(30ㆍ중국)이 각각 2시간26분51초, 2시간27분13초로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정윤희(28ㆍ대구은행)가 2시간32분26초로 3위에 올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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