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숫자와 통계로 가득한 건강검진결과표를 받고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라며 당황하는 직원들을 보고,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쉽게 진단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3월의 '산재예방의 달인' 송영숙(52ㆍ사진) 서울우유 용인공장 보건관리자가 '김반장 평가표'라는 자기 진단표를 만든 이유다. 300여명의 공장직원들은 평균 연령이 44세에 달해 고혈압, 당뇨 등 기초질병에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하지만 정작 건강검진결과에서 해석할 줄 아는 지표는 대부분 '혈압'정도. 그래서 송씨는 지난해 혈압, 공복혈당, 체질량지수, 총콜레스테롤 등 7가지 항목의 수치에 대한 자기 진단표를 만들어 공장직원들에게 돌렸다. 이 표를 보면 직원들은 각 항목마다 자신의 건강이 저위험도인지, 중위험도인지, 고위험도인지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송 씨는 1983년 이 공장에 입사, 28년째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TV와 방송에는 건강정보가 넘쳐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주기를 원한다"며 " 이런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자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의 건강기록 통계화에도 일찌감치 눈을 떴다. 그가 이 부분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1993년. 수기로 작성된 건강기록을 통계화하기 위해 집 근처 사회복지관에서 기초 통계프로그램을 배우는데 6개월이 넘게 투자했다. 수기 기록들을 혼자 통계화하느라 당시에는 매일 오후 11시가 넘어 귀가했을 정도다. 그는 마흔이 넘어 대학원에 진학, 직원들의 혈압, 콜리스테롤 변화의 근인을 비만으로 진단하는 논문을 내기도 했다. 그는"직원들이'부모님이나 아내보다 내 건강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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