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에서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정책이 제안되고, 이에 대해 한바탕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이 토론에는 두 가지 문제가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첫째는 동반성장 자체가 필요한가의 문제이고, 둘째는 만약 필요하다면 어떻게 이를 이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구체적 방법이 훨씬 어려워
우선 동반성장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모두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동반성장에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므로, 누구도 대놓고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동반성장이란 주제는 단순히 도덕적 관점을 넘어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얼마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해외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내수를 진작해야 하고, 그러자면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동반성장 정책은 우리 경제체제가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시장거래에서 오직 각자가 가진 힘에 기초하여 가격을 결정하고 잉여를 나눈다면 아무래도 강자가 거의 대부분의 잉여를 가져갈 텐데, 동반성장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런 결과가 전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동반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느냐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다. 예전에 필자가 대학원 시절 유인설계 (incentive design) 이론을 배울 때 요즈음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윤공유제'가 가장 먼저 다루어졌다. 불확실성이 있고 여러 사람이 모인 경제에서 이윤의 공유는 분배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성질을 가진다. 그 원리는 내가 혹시 운이 안 좋아 이윤이 적을 때는 다른 사람의 이윤으로 소비를 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에는 내가 나누어 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동성이 큰 소비보다는 안정적인 소비를 선호하므로 변동성을 줄여줄 수 있는 이윤공유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윤공유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이윤이 많이 남아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 하므로 일을 열심히 할 유인이 작아진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전적으로 공유를 하지는 않고 부분적으로 공유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대해 대기업의 주주들이 동의하여 이를 추진하고자 하여도 이를 얻기는 쉽지 않다. 현대의 기업 활동은 매우 복잡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모든 기업은 직원 보수를 그들의 업무 성과, 즉 그들이 벌어오는 이윤에 연동시켜 놓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는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를 낮추어야만 올라가는 구조이다. 따라서 아무리 경영진에서 동반성장이 중요하다고 하여도 담당직원들의 유인구조가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전혀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기업 직원에 인센티브 줘야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중소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해지는 유인 구조 속에서 일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단기간에는 업무 성과가 직원들이 벌어들인 이윤, 혹은 절약한 비용에 따라 대부분 결정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앞서 설명한대로 이윤공유제가 열심히 일할 유인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예를 들어 몇 년 단위로 자신이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비용을 절약하는 기술발전을 이룬 경우 단순히 제품단가를 낮춘 경우보다 더욱 크게 보상을 해 준다면, 대기업 직원들도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신경을 쓸 유인을 갖게 되고 동반성장도 이루어 질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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