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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종교 지도자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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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종교 지도자들이 무섭다"

입력
2011.03.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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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나 세력은 누구인가요?"

최근 만난 여야 정치인 몇 사람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떤 답을 내놓을지 떠올려 봤다. 공천권을 쥔 정당 지도부, 권부의 핵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아니면 검찰, 정보기관 등등.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들은 일단 "지역구 유권자들이 무섭죠"라고 대답했다. "지역구에 들어서는 순간 몸가짐이 달라진다"는 그럴 듯한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들이 내놓은 답은 뜻밖이었다. '사실은 지역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종교지도자들이 가장 무섭다'는 게 답변의 골자였다.

그들은 약간 긴장된 어조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한 정치인은 지역 사찰과 불편했던 일을 떠올렸다."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한 뒤 한 사찰의 스님이 찾아왔다. 사찰 관련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어서 곧바로 긍정적 답변을 하지 못했다. 얼마 후 사찰 주변에는 '단체장이 종교 편향'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결국 예산을 지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종교가 5세대 갈등요인으로

전직 국회의원은 대형 교회와의 갈등 사례를 소개했다. "지역구에 수만 명의 신도가 다니는 큰 교회가 있다. 그 교회 담임목사는 개신교 신도인 다른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어 줬다. 개신교 신도가 아닌 나는 선거에서 떨어졌다. 앞으로 그 목사 눈 밖에 나면 공천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있다. 사실상 지역의 공천권도 쥐고 있는 셈이다."

일부 종교계 인사들이 지역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종교계와 부딪칠 경우 득보다 실이 너무 크다고 보고, 일부 종교계의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종교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평생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정 종교와 불편한 관계를 맺는 정치인은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우리 정치인들의 종교는 '기불릭'(기독교, 불교, 가톨릭의 합성어)이 가장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언론도 종교의 문제점을 다루는 것을 가급적 피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종교는 성역이 돼 버렸다.

특히 요즘엔 일부 종교계의 정치 개입이 수위를 넘고 있다. 정부가 이슬람채권에 대한 과세 감면을 골자로 하는 이슬람채권법을 추진하자 개신교 일부 인사들은 '대통령 하야 운동' '국회의원 낙선 운동' 불사 발언까지 했다. 불교계는 지난해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비난하면서 정부∙여당 인사들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종교 갈등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왔으나 앞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종교의 선거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표심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연령) 등 네 가지였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할 때 유권자의 출신 지역, 소득 수준, 연령, 이념 성향 등을 물어보곤 했다. 앞으로는 '종교'까지 물어봐야 할지 모른다.

선거 개입 철저히 단속을

시기별로 보면 이념은 1세대 갈등 요인이었다. 해방 직후 우리는 좌우이념 갈등으로 분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박정희 시대'와 '3김 시대'를 거치면서 지역 갈등이 심화됐다. 산업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계층 갈등도 표면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세대가 표심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종교가 5세대 갈등 요인이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종교지도자들의 선거 개입은 막아야 한다. 선거법 85조에 따르면 교육적∙종교적∙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선관위는 종교지도자들이 설교나 법회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또 현행 선거법을 강화해 종교기관이 특정 후보 지지 결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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