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랑스, 영국 등이 참여한 서방 연합군의 대(對) 리비아 군사작전은 전광석화의 기세로 진행됐다. 19일(이하 리비아 현지시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응징하려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리비아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장 반카다피 시민군의 중심 거점이자 마지막 보루인 동부 벵가지는 연합군의 군사개입 덕분에 가까스로 함락 위기를 넘겼다.
그 동안 국제사회의 군사개입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행금지구역(NFZ) 설정 결의 이후 실제 군사작전은 최단 시간 내에 최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군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공(海空) 합동작전을 택했다. 첫 번째 타깃은 벵가지. 프랑스 국방부는 라팔ㆍ미라주 등 자국 전투기 20여대가 이날 오후 6시45분 리비아 영공에 진입, 카다피군 탱크와 군용차량을 조준사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벵가지와 아즈다비야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시신 14구와 완파된 탱크 14대, 장갑차 20대 등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연합군은 이어 카다피 측이 보유한 주요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중해상에 떠 있던 스타우트호와 배리호 등 미ㆍ영 함정 25척과 미 핵잠수함 3척이 함대지 토마호크 미사일 124발을 발사, 해안을 따라 형성돼 있는 20여곳의 리비아 방공시설을 초토화시켰다. B-2 스텔스기 3대를 포함한 미군 전폭기 19대도 리비아 주요공항에 폭탄 40개를 투하하는 등 카다피군의 대공력을 겨냥한 군사 조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위기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벵가지)과 연합군에 가장 위협이 되는 수단(방공시설)을 골라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20일 "카다피 부대가 더는 벵가지로 진격하지 못할 것"이라며 초기 공습이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수도 트리폴리 인근에 대한 공습도 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은 트리폴리 상공에 군용기들이 나타난 뒤 수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가 있는 바브 알아지지야 인근에도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연합군의 첫 군사공격은 17일 유엔 안보리가 NFZ 설정 결의를 채택한지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단행됐다. 그만큼 리비아 내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카다피군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1973호)가 나온 직후 약속한 정전 선언을 뒤집고 19일 새벽 기습적으로 벵가지 진격을 시도했다. 벵가지를 서둘러 탈환해 연합군의 무력 개입을 막아보자는 속셈이었다. 카다피군은 탱크와 대공화기를 동원한 폭격을 감행, 한때 벵가지 서부 지역 일부를 장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9일 오후 파리에서는 서방과 아랍ㆍ아프리카 등 22개 관련국 정상들이 합동회의를 갖고 리비아에 대한 군사행동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다피군의 벵가지 공습 소식이 알려지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긴급 회동을 통해 즉각적인 군사작전을 결정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카다피는 국제사회의 최후통첩을 무시했다"며 '오디세이 새벽'으로 명명된 작전 개시를 알렸다.
카다피 측이 정면대결 불사를 선언함에 따라 연합군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길 조짐이다. 대규모 공세에 대비한 병력도 속속 집결하고 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리비아와 마주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시고넬라 공군기지가 주된 거점이다. 덴마크 정부는 이날 F-16 전투기 6대를 시고넬라 기지에 보냈고, 캐나다도 6대의 CF-18 전투기 투입을 약속했다. 프랑스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는 20일 툴롱항을 떠나 리비아 해안으로 향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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