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황 전개에 따라 여권 내부에서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가 사퇴 검토 발언을 한 우선적 배경은 동반성장위 활동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찾을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무장관인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에 대한 거부감이다. 정 전 총리는 20일 "최 장관의 말씀을 보면 이 정부에 과연 동반성장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 장관이 최근 자신의 초과이익공유제 구상을 잇따라 비판한 데 대한 노골적 비판이다.
정 전 총리 측근은 "최 장관이 거듭 초과이익공유제를 비판한 것을 보면 최 장관 혼자 뜻이 아니라 정부 뜻도 그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이라면 동반성장위원장을 맡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의 정책 및 홍보인력 강화와 예산 문제 등에 대해 지경부 측에 계속 얘기했는데 지경부의 반응은 알맹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가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정부측에 요구한 셈이다. 최 장관에 대해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해 동반성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해 달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런 상황이 생기자 지경부는 20일 동반성장위에 올해 14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고 정 전 총리를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 후임으로 결정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날 "동반성장위의 정책 실무와 운영 업무를 맡은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인력을 현재 20명에서 40여명으로 늘려 동반성장위 지원을 강화하는 방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협력재단 사무총장이 동반성장위 사무국장을 겸해 동반성장위원장을 보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해석도 있다. 여권 핵심 인사들이 정 전 총리의 4ㆍ27 분당을 보선 출마를 거듭 언급하지만 정작 출마 여건은 만들지 않고 논란만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시각이다. 분당을 불출마 의사 표명과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는 결국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 전 총리가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이회창식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내년 대선을 생각한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측근은 "정치적 복선은 없다"며 "이 대통령을 비판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정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정 전 총리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론이 있는가 하면 정 전 총리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명확하게 부정적 입장은 아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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